카슈미르 국경지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파키스탄은 30일 대(對)테러전의 일환으로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 배치했던 병력중 일부를 빼내 카슈미르 지역으로 이동 배치했다. 또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도 이날 예정에 없던 내각안보위원회(CCS)를긴급 소집, 카슈미르 분쟁문제를 논의하는 등 인도 지도부의 긴박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주도 동맹군의 테러전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간 국경지역에 배치됐던 병력중 일부를 카슈미르 지역으로 이동배치시키고있다"며 "이는 인도군의 불온한 움직임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군 대변인은 그러나 "아프간 접경 동부지역 봉쇄임무는 계속 수행할 것"이라면서 "일부 잔여 병력이 서부국경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파키스탄은 지난주 시에라 리온에서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국병력 4천명을 귀환시켜달라고 유엔에 요청했었다. 특히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인도군이 파키스탄 영토를 1인치라도 침범할 경우 적을 괴멸시킬 폭풍우를 쏟아 부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평화를 원하지만 우리 군은 적군의 사악한 계획을 무산시킬준비가 돼 있다"며 "승리는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어 아프간 및 투르크메니스탄 지도자들과 에너지 협정을체결한 뒤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전투는 인도가 시작하는 경우에 한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스루티 칸트 인도군 대변인은 "파키스탄군이 카슈미르 국경지대로이동하는 것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인도 정부는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이날 조지 페르난데스 국방장관과 자스완트 싱 외무장관,아드바니 내무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내각안보위원회를 열어 카슈미르 분쟁문제를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무샤라프 대통령이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을 통해 국경지대의 테러행위를 특정 기한내에 중단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바지파이 총리에게 전달했다고페르난데스 인도 국방장관이 밝혔다. 페르난데스 장관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테러 중단을 위한 구체적인 기한이 언급됐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하면서 파키스탄측의 진실성에 의문을 표명했다. 그는 특히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에는 알-카에다 및 탈레반 조직원 3천여명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국 및 아프간 당국자들은 이같은 주장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카슈미르 국경에서는 이날도 양국군의 치열한 포격전이 벌어져 수십여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고 군 관계자들이 전했다. 특히 지난 71년 양국이 전쟁을 치른 이래 한 번도 교전이 벌어지지 않았던 카슈미르 푼치 지역에서 29일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양국군이 충돌, 인도 군인 15명이죽거나 부상했다고 파키스탄군이 밝혔다. 파키스탄측은 "인도군이 푼치의 파키스탄 관할 지역으로 선제 공격을 가해왔기때문에 보복공격을 가했다"며 양국간 교전으로 푼치 지역은 전기 공급이 끊기는 등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또 인도령 카슈미르 도다에서는 이슬람 반군들이 경찰초소를 공격하면서 17시간에 걸친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경찰관 3명과 반군 2명이 사망했다고 인도 경찰이 밝혔다. 파키스탄 교육부는 인도군의 공격에 대비해 파키스탄이 관할하고 있는 카슈미르지역의 모든 교육기관들에 31일부터 휴교령을 내렸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인도-파키스탄간 분쟁이 심각한 수준으로 비화될 경우 자국국민을 소개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을 인도에 파견, 소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USA 투데이가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국무부와 태평양 사령부의 관계자들이 현재 양국에 머물고 있는미 시민 6만3천명과 미군 1천100명을 소개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도 주재 미 대사관은 다른 지역의 공관과 마찬가지로 전쟁에 대비한비상계획은 갖고 있지만 미군이나 미 국민을 소개하기 위한 요원들이 파견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뉴델리.이슬라마바드.워싱턴 AP.AF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