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여파로 미국, 특히 뉴욕에서 올 여름 베이비붐 현상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내 산부인과 병원들은 9.11 테러 후 가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부부들이올 여름 속속 9.11 베이비를 출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시티 롱아일랜드 대학병원의 교수이자 산과의사인 폴 카스텔 박사는 "9.11테러는 일종의 자명종이었다"면서 "건물들이 화염에 싸인 채 붕괴하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 지금이라도 가정을 꾸미자고 결심했다"고 설명한다. 롱아일랜드 병원에서는 6월 중순 이후 분만 예정자가 지난해에 비해 20∼25% 늘어났다고 카스텔 박사는 전했다. 뉴욕 맨해튼의 성 루가-루즈벨트 병원의 자크 모리츠 박사도 신생아가 작년보다15%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고, 테러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멀지 않은 성빈센트병원 역시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여름 출산붐에 대비하고 있다. 뉴욕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산부인과 병원의 의사 및 직원들은 올 여름 출산붐에 긴장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신생아 및 산모용품 도매점을 하는 벡 브롬버그는 올해 소매상에 대한 매출이 75%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고, 마이애미의 한 신생아용품 회사도 카탈로그주문이 4배나 늘어나자 직원 추가모집에 나섰다. 이렇게 험한 시기에 왜 아기를 원하는가 라는 질문에 새로 부모가 될 사람들은가족간의 단란함, 정신적 치유, 심지어 애국심까지 거론한다. 오는 7월 출산을 앞둔 미시 어코스타는 "우리 아기가 좀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데 작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아직까지는 뉴욕시를 포함한 9.11 출산붐이 공식 통계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공식 출산율이 나오려면 인구통계학자들이 몇 주 혹은 몇 달씩 매달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9.11 테러가 이번 출산붐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로드 아일랜드의 한 산과병원에서는 이미 9.11 이전에 임신, 4월에 출산한 여성들이 지난해보다 6% 증가했고 뉴욕 바세트의료원에서도 1분기중 미니 베이비붐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산붐은 테러가 아니라 불안한 직장과 휘청거리는 경제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이 전문가들은 말했다. (뉴욕 AP=연합뉴스) jin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