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타살로 결론이 난 미국 연방교정국 시용직원 챈드라 레비(사망당시 24세)양 사망사건은 범인이 누구인지 등 여러가지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에 빠져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30일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실종된 레비양이 당시 게리콘디트(54.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미국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파문이 확대됐다. 이 사건은 그후 소강상태를 보이다 레비양 실종 1년여만인 지난 22일 그녀의 유골이 워싱턴의 한 공원에서 발견됨으로써 다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레비는 캘리포니아주 모데스타 출신으로 서던 캘리포니아대에서 공공행정학 석사 과정을 이수한 뒤 워싱턴 교정국에서 인턴훈련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며칠전인 지난해 4월30일 시내 한 체육관을 나선 뒤 종적을 감췄다. 이 단순 실종사건은 이후 그녀가 콘디트 의원과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콘디트 의원이 처음에는 부인하다 결국은 나중에 시인함으로써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모니카 르윈스키를 연상시키는 '스캔들'로 비화했다. 더욱이 그녀가 실종당시 임신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이 사건에 대한 세인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클린틴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강력히 비판했던 콘디트 의원은 자신의 스캔들이 알려진 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주의 언론들과 심지어는 상원의 공화당지도자인 트렌트 로트 의원(미시시피)으로부터도 사임하라는 압력을 받아야 했다. 두 자녀를 둔 콘디트는 이후 스캔들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3월5일 실시된 캘리포니아주 예비선거 정당별 후보 경선에서 완패해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려있다. 이 사건은 이후 미제사건으로 끝나는 듯 했으나 지난 22일 워싱턴 시내의 숲이 우거진 록 크릭 공원에서 개와 함께 산책하던 한 시민에 의해 레비 양의 유골과 옷가지가 발견되면서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공식적으로 타살이라고 결론지었으나 용의자로 콘디트 전 의원을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콘디트 의원은 다음달초 워싱턴 DC 대법원의 대배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증언할 것으로 보이며 경찰도 그를 다시 소환 조사할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이 사건의 많은 의혹이 풀릴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경찰은 레비가 사망전 성폭행을 당했는 지, 그녀를 묶은 것이 무엇인지, 사인은 무엇인지 등 여러가지가 아직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한때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레비양의 살해사건은 현재로서는 정치인 연루 의혹 등 여러가지 의문만 남긴 채 미제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연합뉴스) 김대영 기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