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대다수 한국 지방 대학의 학력을 인정하지 않아 현지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 과정에서 심각한 차별대우를 받은 이들 대학 출신 유학생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28일 한국인 호주 유학생들에 따르면 호주 연방정부 산하 외국대학자격공인기관(NOOSR)이 한국 대학 등급을 5단계로 분류해 3-5 등급 대학 졸업생들에 대해서는 학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울 소재 종합대학과 지방 국립대학의 경우 현지 대학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만 대다수 지방 대학 졸업생들은 학력을 인정받지 못해 대학원 진학과 대졸 신입사원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1-2 등급 대학 졸업생들은 현지 대학에서 1년 과정의 교육과정을 거쳐 일정수준의 성적을 받고 어학시험에 통과하면 직장 경력 3년이 없더라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으나 지방대 출신자들에게는 이같은 혜택이 원천봉쇄돼 있다. 지방대 출신 유학생이 아무리 영어실력이 뛰어나고 대학 재학중 전공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NOOSR이 정한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종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5등급으로 분류된 대전 H대학을 졸업한 유학생 김은화(26)씨의 경우 지난 2000년 1월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州) 주도 애들레이드 소재 대학에 입학해 두 학기과정을 마쳤으나 영주권 취득과 취업, 대학원 진학에 실패했다. 그녀는 영주권 취득을 위해 멜버른 소재 공인회계사협회에 대학졸업장 및 성적증명서 등을 제출, 회계 관련 직업에 종사할 능력이 있음을 공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H대학의 학력이 기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대졸 자격 인정이 거부됐다. 그녀는 또 연방정부 교육인적자원부에 "한국 교육부에 등록된 정규 4년제 대학을 졸업했는데 왜 학력을 인정해주지 않느냐"고 항의했으나 "호주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그녀는 이후 취업을 위해 수 차례에 걸쳐 입사 지원서를 냈으나 NOOSR이 규정한 5등급 대학을 졸업한데다 영주권을 취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서 접수가 거부됐고대학원 진학도 마찬가지 이유로 좌절됐다. 그녀는 호주 정부의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시드니 소재 한국인 변호사 사무실과 상담했으나 "다른 지방대 출신자들도 비슷한 대우를 당했으나 아무도 구제받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H대학측도 최근 총장 명의로 NOOR에 항의 공문을 보내 "한국 교육부의 승인을 받은 대학의 학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개선을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유학과 영주권 신청 등을 위해 그동안 시간과 돈만 허비한 채 조만간 귀국할 계획이다. 지방대 졸업자들의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 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NOOSR은 지난 91-93년 대학원 과정 설치 여부 등을 기준으로 한국 대학들을 5등급으로 분류한 뒤 96년 한 차례만 일부 대학에 한해 등급을 조정했을 뿐 지금까지 아무런 수정을 하지 않아 부실 정보를 근거로 대학을 평가했을 가능성이 매우높은 것으로 보인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