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실시된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반군 소탕과 주민보호를 공약으로 내건 무소속의 알바로 우리베 벨레스(49)후보가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 발표했다. 선관위는 98% 개표가 완료된 이날 저녁 현재 우리베의 득표율은 52.8%로 경쟁후보인 전직 내무장관 오라시오 세르파 후보의 31.8%를 크게 앞질렀다고 밝혔다. 우리베후보는 과반수 득표에 성공함에 따라 내달로 예정됐던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세르파 후보는 이같은 선관위 발표가 나온 직후 지지자들에게 "나는 패배를 인정하며 우리베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됐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우리베 후보는 승세가 확실해진 뒤 연설을 통해 내전으로 피폐된 콜롬비아에 질서를 가져올 것이라고 맹세하고 "보안이란 국가가 주도하는 전쟁이 아니라 폭력적인 행동을 만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3년 좌파 반군에게 아버지를 잃은 우리베 후보는 군 병력 2배 증강과 미국에 대한 군사지원 확대 요청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이날 승리연설에서는 반군에 대한 보복을 외치는 대신 차분한 어조로 질서를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나라 경제를 질식시키는 부패를 근절하고 좌파 반군과 우파 민병대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앤 패터슨 미국대사는 우리베 후보의 승세가 굳어지자 그의 선거본부를 방문해 당선을 축하하고 미국은 장차 우리베 정부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터슨대사는 이번 선거 결과는 "콜롬비아 국민이 테러에 진절머리가 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콜롬비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질서있게 치러졌으나 북부 산루이스마을 선거본부에서는 반군들이 다이너마이트를 폭발시켜 한 여성이 숨졌다. 반군들은 또 각 주의 수도를 연결하는 최소한 4개 도로에 차량폭탄을 설치했으며 남부 오지마을 6군데에서는 반군들이 투표시설과 물품들을 파괴해 투표가 중단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무력충돌이 발생해 반군 2명이 죽고 병사 2명이 부상했다. 한편 38년간 계속돼온 유혈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안데스 산맥 주변과 밀림 깊숙이에 위치한 도시들과 마을 주민들도 한 표를 행사했다. 수도 보고타의 볼리바르 광장에서는 경찰 저격수들이 군중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한편 일부 도로가 차단된 채 검문검색이 실시됐고 산간지방에서는 탱크를 앞세운 군병력의 순찰이 이어졌다. 우리베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그의 반군소탕과 내전종식 공약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으나 군사력 강화와 100만 민간인을 조기경보체제에 동원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는 반론도 제기됐다. 콜롬비아와 미국 정부는 마약거래와 납치, 강탈로 재정을 충당하는 좌파 반군들이 이미 오래 전에 전쟁의 명분을 저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베 후보의 강경노선은 인권침해에 대한 경계론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보이며 정치적 반대파는 그가 반군 동조 혐의자들을 학살한 불법 우익 민병대와 관련돼 있다는 설을 부추기고 있다. (보고타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