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각하, 저를 믿으십시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역사적인 핵무기 감축협정에 서명한 이번 정상회담을 개인적인 친분을 다지는 기회로도 적극 활용했다. 부시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늦은 저녁을 먹은 후 24일 밤을 모스크바교외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거처에서 보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동이 간간이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진지한 협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캐비어(철갑상어 알젓)가 나오자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미국 대표단에게"(캐비어의) 훌륭한 맛의 비결은 살아있는 생선에서 알을 도려내는데 있다"면서 "생선은 알을 도려낸 자리를 실로 꿰맨 후 다시 물로 돌려 보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폭소를 터뜨리는 다른 손님들과 함께 웃으면서 "대통령 각하,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도 부시를 믿게 됐다. 거의 자정까지 이어진 만찬이 끝난 후 부시 대통령은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여행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아침에 달리기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반신반의했지만 부시는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는 그를 믿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말대로 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 부처는 푸틴 대통령이 25일 자신의 고향인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볼거리를 직접 안내하면서 90분 동안 네바강을 보트로 여행하는 동안 이 도시의 '백야'를 경험했다. `백야'는 북위가 높은 이 지방은 연중 이맘때면 아주 늦게라야 어두워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부시 대통령 부처는 보통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이날은 자정에야 호텔로 돌아갔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92년부터 96년까지 이 도시의 부시장을 지낸 푸틴 대통령은 정확히 300년전에 피터 대제가 세운 이 도시의 역사에 관해 개략적인 설명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피터대제와 니콜라스 2세 황제가 묻혀있는 성베드로와 성바오로 대성당과 성채, 여름 별장 등을 주요 관광지로 소개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AP=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