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은 24일 양국 핵탄두 수를 대폭 줄이고 경제 협력 관계를 더욱 확대키로 합의하는 등 21세기 새 동반자 관계를 열었다. 푸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모스크바 크렘린궁(宮)에서 열린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서 군축과 경협, 새 국제 안보질서 구축 등 양국 현안을 폭넓게 논의, 이같이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우선 현재 6천기 수준인 양국의 공격용 핵탄두 수를 오는 2012년까지 1천700-2천200기 선으로 대폭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1시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같은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세계 양대 핵강국인 러-미가 2차 대전 이후 계속돼온 냉전 시대를 실질적으로 청산하고 새로운 동반자적 협력 구도의 발판을 마련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평가된다. 부시 대통령은 서명 직후 "우리는 이 협정이 그 동안 양국 관계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협력의 무대를 마련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오늘 우리는 완전히새로운 성질의 관계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대통령은 또 21세기 양국간 새로운 동반자 관계 수립을 위해 ▲정치.경제 분야 협력 확대 ▲에너지 분야 협력 대화 시작 ▲민간 교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이밖에 국제 안보 질서 확립을 위해 ▲러-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간 협력 증진 ▲대(對) 테러 투쟁 공조 ▲중동 분쟁 해결 등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양국간 경협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6월 14일까지 러시아에 시장경제 국가지위를 부여하고 ▲미국의 대러 투자 확대 ▲대러 무역 제재 법안인 잭슨-배니크 법안 취소 ▲카스피해 석유.가스 개발 협력 확대 ▲러시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지원 등에 합의했다. 이같은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면 국내 원유 수요의 절반 이상을 수입분에 의존하는 미국은 세계적 화약고인 중동 지역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낮춰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러시아는 세계 경제 체제에 편입되는 실리를 챙기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크렘린궁 앞 붉은 광장내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2차 대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으로 정상회담 일정을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23일 오후 7시 59분(현지시간)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모스크바 외곽, 브누코보-2 공항에 도착해 나흘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푸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25일 러시아 제2 도시이자 푸틴의 고향인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동, 비공식 정상회담을 갖고 시내 관광을 함께 하는 등 개인적 친분을 다진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 방문 마지막날인 26일 오전 러시아 박물관 등을 돌아본 뒤 다음 방문지인 프랑스로 떠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