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2일 유럽 순방첫번째 기착지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저녁 8시 15분(이하 현지시각) 공군 전용기(에어포스 원) 편으로 베를린 테겔 공항 군용 활주로에 도착했고 의전행사 없이 바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만찬은 총리 관저가 아니라 베를린 시내 브란덴부르크문 부근의 유서 깊은식당 `투허'에서 열려 이채를 띠었다. 부시 대통령은 슈뢰더 총리와 함께 한 만찬이외에는 특별한 일정 없이 숙소인 아들론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면서 유럽 맹방들에게 다음 테러 목표는 유럽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대(對)테러전에서 유럽 국가들이 단호한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테러전의 성과와 관련, "초기에 약간의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미국과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등 자유를 수호하는 나라들에 대한 위험이상존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우리는 맹방으로서 전세계적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해야하며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시대통령을 수행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베를린에 도착한 직후 성명을 통해 부시대통령의 방문은 독일과 미국간의 "모든 협조적 노력을 축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라크 문제와 미국 무역정책 문제 등 긴장요인도 슈뢰더총리를 비롯한 독일 정치 지도자들과 부시대통령의 회담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테러전 확대 움직임과 관련, 부시대통령은 슈뢰더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이같은 정책을 확실히 밝힐 방침이라면서 "그들은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 개발국가들에 관해 논의할 것이며 이같은 범주에서 이라크에 대한 대화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장관은 유럽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에 유럽이 반발하고 있지만 무역문제와 관련한 "의견불일치는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도착과 때맞춰 베를린에서는 2차대전 후 최대규모인 1만명의 경찰관들이 시 중심부를 봉쇄한 가운데 평화운동 단체와 반세계화 운동단체 소속원, 시민 등 약2만명이 미국의 패권주의적인 세계정책에 반대하는 가두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시위대가 병과 돌을 던지고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체포되기도했다. 약 20시간 동안 베를린에 머무는 부시 대통령은 독일 방문 이틀 째인 23일 오전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을 예방한 다음 총리 공관에서 슈뢰더 총리와 정상회담을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대테러 전쟁 수행을 위한 독일 정부의 지지를요청할 것으로 보이나 슈뢰더 총리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은 유엔 승인을 얻어야가능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대한 `무한정의 연대'를 표명한 바 있는 독일은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배치하고 아프리카 동부 해안과 쿠웨이트에 해군 함정과 화생방전 대응부대를 파견하는 등 대외 군사행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정치권에서는 독일이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더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반대하는 분위기가우세해짐에 따라 미국의 대테러 전쟁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집권 사민당의 페터 슈트룩 원내의장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은 이라크 정권이 테러 단체 알 카에다를 비호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정당화할 수있다고 지적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없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독일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23일 오후 독일하원(분데스타크) 의사당에서 연설한 후 다음 방문지인 모스크바를 향해 떠난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