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미 두 번의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만약 3년 안에 세번째 총선이 치러진다면 그는 또 한 번의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는 이제 49세에 불과하다. 홈 그라운드 영국에서의 연속된 성공에 고무돼서건 아니면 혹은 지루함을 느껴서건 블레어는 어쩌면 좀 더 큰 싸움터에서 보다 영광스런 승리를 맛보려는 야심을 키우고 있을 지 모른다. 블레어는 잦은 외유와 과도한 국제적인 관심 때문에 비판받아왔다. 이제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블레어가 자신을 위해 유럽연합(EU) 결정 기구인 유럽위원회의 대통령 자리를 만들려 한다고 믿고 있다. 블레어에 비판적인 데일리 메일지(紙)는 영국정부가 지난주 EU대통령제를 제안하고 나서자 본능적으로 "대통령 블레어"를 떠올렸다. 데일리 메일은 "블레어는 신성로마제국의 샤를마뉴대제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 왕이 되려한다"고 비꼬았다. 심지어 블레어를 꾸준히 지지해온 더 선지(紙)까지 삼각모자를 쓴 "대통령 블레어 1세"옆에 별로 자신이 없는듯한 아내 셰리를 나폴레옹의 아내 조세핀의 형상으로 그린 캐러커처를 실었다. 신문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나폴레옹은 영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신문은 덧붙여 "유럽의 첫번째 황제가 되려는 블레어의 야심찬 계획은 '두툼한월급봉투와 대통령궁, 6년계약'을 가져다 줄 것이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블레어가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국내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블레어가 유럽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주요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영국을 유로권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영국유권자의 3분의 2 이상은 유로화 도입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레어는 지난주 한 회견에서 내년 5월 1일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임을 강력하게 암시했다. 또 그는 같은 자리에서 "차기 총선에서 승리한뒤에 총리로 남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블레어가 세번째 임기에 들어간다면 2009년까지는 총리직을 맡을 수 있으며 이는 마거릿 대처보다 1년많은 12년의 재임기록으로 이어진다. 물론 이런 모든 블레어의 야망은 유로가입 국민투표에 결과에 따라 성사가 결정될 것이다. (런던 dpa=연합뉴스)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