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장기화되면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다. 장기전은 소모전으로 이어지고,소모전은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 50여년간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바로 이 경우다. 늘 "승자"로 부각돼온 이스라엘도 오랜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고 있기는 팔레스타인과 마찬가지다. "테러와 응징"의 악순환은 경제의 토대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 9월 몰아친 반이스라엘 봉기인 "인티파다(Intifada)"는 경제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고 있다. 전쟁에서 소리없이 죽어가는 또 다른 희생자는 바로 "신경제(New economy)"이다. 이스라엘 국내총생산(GDP)의 15%를 담당하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던 정보통신 바이오 등 첨단분야 벤처기업들은 돈줄이 말랐다. 올해는 잘해야 벤처투자자금이 10억달러를 넘지 못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00년의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중동의 실리콘 밸리"를 꿈꾸던 수도 텔아비브는 이젠 기업의 무덤이 될 지경이다. 지난해 3천개 벤처기업중 5백개가 문을 닫았다. 올해는 1백여개가 사라질 운명이다. 전통기업들도 고통에선 열외일수 없다.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이뤄낼 수 없어 그렇다. 국토가 협소하고 인구도 6백50만명에 불과해 수출위주의 전략을 펼쳐야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반이스라엘 정서가 고조되면서 주문이 뚝 끊기고 외자유치도 사실상 중단상태다. 서비스 산업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성지순례자들로 만원을 이뤘던 예루살렘의 호텔객실 점유율이 7%로 급락했다. 과도한 전쟁비용과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경기하강은 이스라엘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침공한 지난 3월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 정부는 10억달러를 전비로 지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가비용(Additional expenses)"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은 이보다 더 많다. 관광업계 등 산업전반의 최근 1년간 손실은 50억달러로 추산된다. 자살테러가 두려워 국민들이 외출을 삼가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지출은 더욱 줄고 있다. 그 여파로 생산이 급감하고 실업률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자본과 인력의 유출이 시작돼 "미래"도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있다. 올 1분기에만 5억달러가 이스라엘 땅을 떠났다. 상당수 부유층은 안전을 이유로 지중해 카프로스에 별장을 마련,가족들을 이곳으로 피난시키고 있다. 기업들도 주영업지를 미국이나 유럽으로 옮기고 있다. 일부 석.박사급 연구원도 고향을 등지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은 정치적은 물론 경제적인 면에서도 "승자"라고 주장할 명분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