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11 테러 한 달여 전인 8월초 테러조직이 미국에서 비행기를 납치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의회가 백악관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테러희생자 유족들이 분노하는 등 파란이 일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16일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8월6일 휴가중이던 텍사스주 목장에서 빈 라덴의 조직이 비행기 납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그 정보의 공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백악관 측이 알 카에다와 같은 조직이 9.11 테러 이전에 미국 항공기를 목표물로 삼고 있었다는 주장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 정보 및 수사 당국의 대처 능력을 둘러싼 논란을 확산시킬 전망이다. 이에 앞서 로버트 멀러 FBI국장은 FBI가 미국내 여러 비행 학교에 등록한 의심스러운 중동출신 인물들을 수사하라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주재 요원의 보고를 무시했다고 시인했다. 이 보고는 또 빈 라덴을 직접 거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비행 학교가 테러 활동을 준비하는데 이용될수 있음을 시사하고있다고 의회 관계자들이 전했다. 중앙정보국(CIA)은 이에 대해 빈 라덴의 항공기 납치 기도는 당시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수많은 테러 방법중의 하나였다면서 그러나 납치범들이 항공기로 세계무역센터와 충돌하리라고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백악관 주장 = 라이스 보좌관은 "그 정보는 너무나 총괄적이어서 (만일 그 정보를 공개했으면) 미국내의 모든 민간항공 시스템이 마비될 위험이 있었다"면서 "그런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5번이나 6번, 7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고 매우, 매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지난해 8월 첫째주 텍사스 목장에서 휴가를 보내던 부시 대통령에게 항공기 납치 가능성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며 "이를 근거로 일부 법집행 기관에 비상이 걸렸었다"고 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전통적인 의미의 납치 가능성에 대해 오랫동안 추측이 나돌아왔다"면서 "그러나 항공기를 자살폭탄이나 미사일로 사용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 자신은 공개적으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으나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지금은 정치의 계절"이라고 말해 민주당이 오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세를 펴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링컨 채피상원의원이 전했다. ▲의회 = 의회는 백악관에 보고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부시 대통령이 이에 대해 적절히 조치했는 지 여부에 대한 청문회와 수사 착수를 시사했다. 딕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정보기관이 태만했는가. 해당 관리들이 그 정보에 제대로 대응했는가"라고 묻고 "우리는 이런 것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도 "우리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며 부시 대통령에게 정보 관리들로부터 보고받은 내용과 연방수사국(FBI) 애리조나주 지부가 미국 비행학교 내 아랍인 활동을 경고한 메모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대슐총무는 9.11로 이어진 사안들에 대한 수사는 의회 차원을 넘어서 1941년 진주만폭격 사전정보 부재에 대한 수사와 같은 차원에서 독립된 위원회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파트 의원은 "의회는 국민에게 공개된 청문회에서 부시 대통령과 다른 관리들이 무엇을 알고 있었고 언제 알게 됐는지, 그리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가 조사를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그런 것은 1급 비밀이 될 수 없고 현재 정보위원회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것으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리처드 셸비(공화.앨라배마)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NBC 방송 '오늘(Today)'에서 "많은 정보가 있었던 것으로 믿는다"며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더라면 9월 11일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셸비 의원은 CIA와 FBI가 9.11 이전의 사건에서 한 역할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 반응 = 테러당시 부인이 미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비행기에 타고 있다 숨진 스티븐 푸시는 "그녀가 그런 정보를 사전에 알았다면 그녀는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그렇게 많이 알았으면서도 누구에게도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괘씸한 일"이라고 말했다. 많은 유족들이 이날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을 계기로 테러전 정보 및 치안 시스템의 허점과 실패에 대해 강력한 수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세계무역센터에 있던 남편을 잃은 크리스틴 브레이트와이저는 "우리와 동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우리는 수사를 해서 9.11테러 같은 일이 결코, 결코 다시 알어나지 않도록 하기를 바란다"면서 "책임소재 규명이 이뤄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부인을 국방부에서 잃은 돈 마샬은 "그 터프한 (부시) 대통령이 이 모든 정보를 갖고 도대체 어디 있었는지 궁금하다"면서 "그들은 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나"고 물었다. (워싱턴 AP.AFP=연합뉴스)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