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하원은 16일 말기 환자에게 제한된 조건하에 죽을권리를 인정하는 안락사 법안을 승인했다. 상원은 이미 지난해 안락사 합법화 법안을 채택했다. 이로써 벨기에는 네덜란드에 이어 유럽에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두번째 국가가 됐다. 하원은 지난 2년 동안의 열띤 논쟁 끝에 이날 마침내 안락사 합법화 법안을 찬성 86, 반대 51, 기권 10으로 가결했다. 집권당인 자유당과 사회당 및 녹색당은 이 법안에 찬성했으나 야당인 기민당과 우익 정당들은 반대했다. 사회당의 티에리 기에트 의원은 안락사 법안을 지지하면서 "이 법안은 자유를 반영하는 것으로 어떤 것도 강요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민당은 즉각 반발하면서 법정에 제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민당의 토니 반 파리스 의원은 "오늘 우리는 표결로써 이 법안에 대항해 싸웠다. 내일 프랑스 스트라부르 소재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유럽의 지도적인 인권 법정인 유럽인권재판소는 영국의 말기 환자 다이앤 프리티 부인이 남편의 도움으로 죽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기각한 바 있다. 프리티부인은 지난주 사망했다. 이날 채택된 안락사 합법화 법안은 벨기에서 법적인 성인 연령인 18세에 이른 환자들에 대해서만 그들의 특별하고 자발적이며 거듭된 요청에 따라 의사들에 의해 시행될 수 있다고 제한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안락사를 요청하는 환자는 의학적으로 희망이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하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고통을 받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말기 상태가 아닌 경우 주치의는 정신과의사나 환자의 질병과 관련이 있는 다른 전문의와 상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이 법안이 의사와 환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뤼셀 AP=연합뉴스) h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