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스위스의 과학자들이 알츠하이머 병과 가장 흔한 형태의 당뇨병에 획기적인 새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영국의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가 15일 발표했다. 이 대학의 마크 페피스 등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병과 제2형 당뇨병 등 섬유성 단백질 덩어리의 축적으로 생기는 질병 치료를 위한 25년간의 연구가 개가를 올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 덩어리로 인해 생기는 보다 희귀한 질환인 전신성 아밀로이드증에도 이 약이 탁월한 효과를 보임에 따라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질환의 환자들에게 공통적인 현상은 정상적이라면 가용성이라야 할 혈액속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비정상적인 활동을 시작해 점차 겹쳐 쌓이고 비가용성 덩굴 모양으로 서로 엉켜 단단한 층을 이뤄 조직을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이 단백질을 한데 묶고 인체의 저항으로부터 보호하는 단단한 칼슘 표피로 둘러싸는 역할을 하는 것은 혈청 아밀로이드 단백질(SAP)이라고 불리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SAP를 둘러싸고 있는 분자 화합물을 발견, 이를 혈액에서 제거함으로써 병의 주요 원인을 제거한 것이다. 이들이 개발한 CPHPC라는 약은 SAP가 섬유질과 결합하는 것을 막고 SAP 분자들을 한데 뭉쳐 혈액순환계를 따라 간까지 쓸어버리는 역할을 하며 SAP 분자들은 간에서 분해된다. CPHPC는 전신성 아밀로이드증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최고 9개월반까지 실험을 거쳤는데 이들의 혈액과 아밀로이드 침전물 내에서 검출된 SAP의 수준은 현저히 낮아졌다. 이 치료제는 부작용도 없었고 실험대상자들의 임상상태도 매우 안정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피스는 '기적의 치료제' 운운하는 것을 엄중히 경계하면서도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약의 임상실험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밀로이드 침전물과 알츠하이머병 및 성인 당뇨병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이 물질이 실제로 병을 일으키는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히고 "그러나 우리의 연구로 지금까지 치료가 어렵고 위험했던 전신성 아밀로이드 증치료에 진정한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침전물은 인체 어느 곳에서나 생길 수 있지만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뇌에, 제2형 당뇨 환자의 경우에는 췌장에 흔히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덩어리가 병의 결과인지 의심해 왔으나 최근 많은 학자들은 사실상 이것이 병을 유발하는 원인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건망증과 치매에 이어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알츠하이머 병은 1906년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가 규명한 것으로 초기에는 선진국 노인들이 주로 앓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점차 개도국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개도국에서도 환자가 크게늘고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에 따르면 65세 인구의 10%, 85세 이상 인구의 50%가 이 병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