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열린 프랑스컵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프랑스 국가(國歌) 연주 도중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격노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행사 중단과 주최측 사과를 요구, 한동안 경기가 시작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파리 북동쪽 생 드니 경기장에서 11일 저녁 열린 바스티아팀과 로리엥팀과의 결승전 식전 행사로 프랑스 국가가 연주되자 바스티아팀 응원단 쪽에 있던 관중들이호각을 불며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바스티아팀의 연고지인 지중해의 섬 코르시카는 나폴레옹의 출생지이자 1768년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넘어간 곳으로 오래 전부터 프랑스 중앙정부에 자치권 확대를 요구해왔다. 귀빈석에 앉아 있던 시라크 대통령은 생중계되던 TV 방송 시청자들에게 "일부어리석고 무책임한 팬들이 국가인 마르세예즈에 야유를 퍼부었다. 나는 이런 일을참을 수 없으며 공화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어 "나는 프랑스 축구연맹 회장에게 경기 시작을 중단할 것과 이같은 의사표시 행위로 프랑스가 모욕받은 데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면서자리를 박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양 팀 선수들도 탈의실로 돌아간 상태에서 시모네 클로드 축구연맹 회장은 확성기를 통해 "연맹은 국가에 대한 야유에 사과하고자 한다"면서 "모든 사람이 국가를존중해야 하며 조용한 분위기로 돌아가야만 경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프랑소아 니콜라이 바스티아팀 단장까지 정식으로 사과하자 시라크 대통령은 경기장내 좌석으로 돌아갔으며 경기는 중단된 지 20분 만에 시작됐다. 이날 사건은 지난해 10월 6일 생 드니 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와 알제리 축구팀친선경기에서 프랑스 국가 연주에 관중들이 야유하고 후반전 도중 일부 관중들이 알제리 국기를 흔들며 운동장에 들어와 경기가 취소된 사건을 연상시킨다. 또 극우파 지도자 장 마리 르펜이, 비록 2차투표에서 시라크 대통령에게 패배했지만, 사회당을 누르고 대선 2차 투표에 진출해 프랑스 사회가 뒤숭숭한 분위기에있는 가운데 일어나 프랑스인들에게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로리엥팀은 바스티아팀에게 1대 0으로 승리했다. (생드니 AP.AFP=연합뉴스)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