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다게스탄공화국 카스피스크시(市)에서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 군사퍼레이드중 폭탄이 터져 어린이13명을 포함, 최소한 36명이 숨지고 150명이 부상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오전 9시45분(현지시간)께 군사 퍼레이드에 참가한 러시아 해병대 및 군악대를 노린 폭탄테러가 발생, 이같은 사상자가 났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통신은 사상자 대부분이 해병대 병사들이며 퇴역군인과 어린이들이라고 전했다. 이날 사건은 지난 1999년 10월 러시아가 체첸반군 소탕작전을 개시한 이래 러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단일사건 가운데 최악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범행세력에 대해 "나치와 같은 인간쓰레기"라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연방보안국 관계자들은 이날 2차대전 승전 57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퍼레이드중 해병 군악대가 무명용사의 묘지로 행진할 때 인근 숲속에 사전 매설돼있던 지뢰가 폭발, 최소한 18명의 해병대 병사와 13명의 어린이, 퇴역군인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뢰는 중앙광장에서 300여m 떨어진 도로 근처 숲속에 설치돼 있었으며 원격조종을 통해 폭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현장에는 지뢰폭발에 따른 굉음으로 인근 주택가 창문이 크게 부서지고 군인들의 가죽군화가 축하 꽃다발과 함께 여기저기 나뒹굴어 당시의 참상을 실감케 했다. 이와 관련,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은 없으나 현지검사들은 이번 폭탄테러를 과거 이 지역에서 테러공격을 계획했던 이슬람 무장요원들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96년 카스피스크에서는 러시아국경경비대의 숙소인 한 아파트 건물에서 폭발사건이 발생해 68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카스피스크에서 폭탄테러를 저지른 세력을 "나치와 같은 인간 쓰레기"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사건 발생직후 비상 안보각료회의를 소집하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FSB국장을 현지로 급파했다. 다게스탄은 러시아군이 분리독립 세력들과 31개월째 전투를 벌이고 있는 남부체첸공화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크고작은 폭탄테러가 자주 발생해 왔다. 이밖에 체첸 반군들이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열린 승전기념식장에 수류탄을발사해 경찰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반군들은 승전기념식이 열린 디나모 스타디움 인근의 한 아파트건물에서 수류탄 발사대를 이용해 수류탄을 발사했다. 한편 미국은 카스피스크시 폭탄테러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 비겁하고 폭력적인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테러범이 법의 심판을 받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카스피스크 AP.AFP.dpa=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