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정부가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를 가택연금에서 해제함으로써 미얀마의 정치적 장래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수지 여사는 지난 95년 가택연금에서 해제될 때 행동반경을 수도 양곤으로 제한당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아무런 조건없이 해제돼 미얀마 민주화 도정을 한층밝게 해주고 있다. 수지여사는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후 첫 기자 회견에서 "이 나라에 새로운 새벽이 왔다.우리는 새벽이 빨리 밝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군사정부측도 가택연금 해제를 발표하면서 "국가 단합과 지역 및 국가의 평화와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는 전제 아래 "모든 국민이 정치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90년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정권을 이양받지 못하고 있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과 군사정부간 민주화와 정권 공유를 향한 정치적 협상의 시작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라잘리 이스마일 유엔특사가 중재한 양 측간의 비밀 협상은 수지 여사에 대한가택연금 해제 뿐만 아니라 민주화를 위한 정치 협상이 협상대상이었다. 협상과정에서 수지 여사측은 NLD의 정치활동 허용을 요구했으며 군사정부는 수지 여사가 가택연금에서 해제되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를 촉구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교육, 건강등 인도주의 정책 분야에서 상호 협력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지 여사는 그러나 이번에 교육및 보건분야를 맡아 군사정부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그녀는 또 "NLD와 국가를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 의무를 다할 것"을 다짐하면서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대한 제재와 지원중단을 해제하지말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정부가 수지 여사를 가택연금에서 해제했다 해서 40년간 군사통치해온 미얀마 미얀마 정부가 빠른 시일내로 민주화 일정을 대폭 앞당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수지 여사측과 연정 구성이나 총선 실시에 합의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으며 더구나 지난 90년 총선결과를 수용해 정권을 이양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지 여사는 "곧 여행에 나서고 싶지만 아직은 조금 이른 것 같다"고 말해 본격적인 정치 활동 재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조치는 군사정부가 NLD를 합법적인 정당이며 국가건설의 동반자라는 것을인정한다는 상징적인 조치로서 긴 협상의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지 여사도 수지 여사의 석방에는 미얀마의 경제 피폐와 국제사회의 압력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한 점에서 볼 때 군사정부는 계속 수지 여사와 점진적인 정치적 타협에 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미얀마 정부에 대한 경제제재나 경제 지원의고삐를 쥐고 있고 수지 여사측은 이를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방콕=연합뉴스) 김성겸특파원 sungky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