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부주석은 4일 끝난 3개국 순방 '외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으며 이에 따라 가을에 열리는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16大)를 수 개월 앞두고 '후진타오-원자바오(溫家寶) 체제'가 점차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콩경제일보는 6일 후 부주석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국 등 3개국 순방 과정에서 여러 차례 위기에 직면했으나 특유의 순발력으로 선방하고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싼 외교적 성과도 올려 16기 당대회를 앞두고 한층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고 논평했다. 아울러 후 부주석의 3개국 순방 성공으로 '장쩌민 주석과의 갈등에 따른 차기총리직 고사'설이 나돌았던 원자바오 부총리가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총리 자리를 이어 '후-원 체제'의 뿌리를 내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 4일 저녁 후 부주석 귀국시 원 부총리가 인민대회당에서 영접한 점을 지적, 이를 당중앙 지도부가 '후-원 체제'를 부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후-원체제'는 장쩌민 국가주석과 주룽지 총리의 '장-주 체제'를 빗댄 것이다. 일간 명보(明報)도 6일 '원자바오의 후진타오 영접 심상치 않은 일' 제하 분석기사에서 "인민대회당에서 외교 담당인 첸치천(錢其琛) 부총리가 아닌 농업.금융을 담당하는 원 부총리가 후 부주석을 영접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고 논평했다. 명보는 후 부총리가 2000년 7월 미얀마, 태국, 인도네시아 방문시와 2001년 1월 이란, 시리아 등 중동 순방시와 10월의 유럽 5개국 순방시 인민대회당에서 배웅과 영접을 한 첸 부총리 대신 원 부총리에게 영접을 맡긴 배경이 궁금하다고 논평했다. 한편 후 부주석이 거둔 최대의 외교적 성과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월 베이징 방문시 장쩌민 주석과의 회담에서도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며,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약속은 온건파로 분류되는 후부주석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후 부주석은 또 지난 2월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범 석방 촉구를 요구하는 서신 4통을 전달하려 하자 정중하게 거절함으로써 위기 관리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후 부주석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항의서한을 받았다면 당내 강경 보수파들에게 공격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