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극우 바람을 타고 우파인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69)이 5일 82%란 경이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공화국연합(RPR)후보인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82%의 득표를 얻어 18%를 얻는데 그친 국민전선(FN)후보 장 마리 르펜(73)을 압도했다. ◆정파를 초월한 반르펜 전선의 승리=시라크는 프랑스 제5공화국 사상 최고득표율을 획득함과 동시에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시라크의 1차투표 득표율은 19.9%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낮았다. 시라크의 압승은 극우 돌풍을 잠재우기 위해 1백30만명이 길거리로 뛰쳐나온 민심 덕분이었다. 결선투표율이 1차투표(72%)보다 8% 포인트 높은 80%를 기록한 것도 극우에 대한 불안감의 깊이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좌파 유권자들은 르펜을 저지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시라크 지지에 나섰다. 시라크 대통령이 결선투표에서 얻은 2천6백만표의 절반인 1천3백만표는 좌파 유권자로부터 나왔다는 분석이다. ◆총선정국 전환=프랑스 정계의 관심은 6월 9,16일 치러질 총선결과에 쏠려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중도우파 내각을 출범시켰지만,좌파가 대선 패배의 경험을 토대로 세를 규합할 경우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좌·우파 한쪽에 권력을 몰아주기 싫어하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성향도 좌파에 유리한 편이다. 이 경우 이번에 구성된 중도우파 내각은 과도내각으로 끝나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체제가 들어서게 된다. 이를 위해 좌파들은 서둘러 총선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사회당은 7일 대선 표심을 최대한 반영한 총선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좌파인 녹색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노엘 마메르는 "르펜 당수를 저지하기 위해 집결된 힘이 총선에서는 우파를 패퇴시키기 위한 힘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라크측은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정계를 은퇴,좌파의 구심점이 약해졌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한편 시라크 대통령은 6일 조스팽 총리의 사퇴서를 수리하고 새총리에 장 피에르 라파랭 상원의원(53)을 임명했다. 라파랭 의원은 3대 우파 정당중 하나인 자유민주(DL)당의 부총재이며 온건 성향으로 인해 소속당뿐 아니라 RPR에서도 신망이 높은 인물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