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69) 프랑스 대통령이 5일 치러진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73) 국민전선(FN) 당수를 압도적표차로 누르고 재선됐다.


시라크 후보는 프랑스 제5공화국 사상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재선에 성공했다 우파인 시라크 대통령은 유권자의 80%가 투표한 이날 선거에서 96%가 개표된 가운데 81.9%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18.1%를 얻는데 그친 르펜 후보를 제치고 제5공화국 44년 역사상 가장 큰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날 승리는 시라크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라기 보다는 프랑스의 모든 정치세력이 극우성향의 르펜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보인 결과로 해석됐다.


시라크 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65년 대통령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최고였으며 르펜 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21일 실시된 1차투표 득표율 16.8%를 약간 넘은 것이었다.


투표율은 80%로 1차 투표 때의 72%보다 약 8%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라크 후보는 승리가 확정된 뒤 평소에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 좌파성향의 유권자들이 르펜 후보를 저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투표한 것이 자신의 승리에 기여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우리는 이 나라를 위한 심각한 근심의 시기를 겪었다"면서 "그러나 오늘밤 프랑스는 위대한 정신으로 공화국의 가치에 대한 애착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는 또 프랑스는 "불관용과 군중선동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였던 범죄율 증가 문제를 즉각 본격적으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르펜 후보는 파리시내 선거본부에서 "프랑스의 희망이 고통스러운 패배를 당했다"면서 "시라크의 승리는 모든 사회, 정치, 경제, 언론 세력들의 협조를 등에 업고옛소련 방식으로 얻은 개운찮은 승리"라고 비난했다.


그의 완패로 인해 극우파는 총리와 각료들을 결정하게될 다음달 총선에서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프랑스 국민은 르펜 당수가 리오넬 조스팽 총리를 누른 1차투표 이후 전국에서연일 반르펜 시위를 벌였으며 이는 노동절인 지난 1일 130만-150만명이 시위에 참여한 가운데 절정을 이뤘다.


프랑스는 이번 2차투표를 통해 극우파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셈이다.


그러나 극우세력은 범죄, 실업, 빈곤, 이민 등의 어려운 현실을 토양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 입증돼 정치권은 이 문제들의 해결 과제를 떠안게 됐다.


좌우 정치권은 대선종결에 따라 다음달 9, 16일 실시되는 총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조스팽 총리가 이끄는 현 좌파 내각은 6일 총사퇴할 예정이며 사회당은 7일 대선 표심을 최대한 반영한 총선공약을 발표해 당사상 최악의 패배를 기록한 대선 충격에서 벗어나 정국을 재빨리 총선 국면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내각이 총사퇴하면 곧바로 새 총리를 임명해 과도내각을 구성하고 감세, 치안, 실업 등에서 과감한 개혁을 시도함으로써 총선 정국의 주도권을잡겠다는 방침이다.


새 총리로는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국연합(RPR) 소속 니콜라 사르코지 뇌이시장, 장-피에르 라파랭 자유민주당(DL) 소속 상원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인 CSA는 다음달 총선에서 보수파 정당들이 295석을 얻어 258석을 얻는데 그칠 현 좌파연합에 승리를 거둘 것이며 르펜의 국민전선은 불과 2석만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