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비상대책부는 29일 알렉산드르 레베드(52) 크라스노야르스크주(州) 지사 등 20명의 사장자를 낸 헬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빅토르 벨초프 비상대책부 대변인은 "블랙박스 음성 기록장치는 양호한 상태로발견됐다"면서 "조사요원들이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벨초프 대변인은 "(그러나) 비행 기록장치 상태는 매우 불량했다"면서 "정밀 분석을 위해 모스크바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레베드 지사와 측근, 언론인, 승무원 등 20명을 태우고 가던 Mi-8 헬기는 28일새벽 크라스노야르스크주 아바칸 지역 올스코예 호수 근처에서 추락, 레베드 지사등 8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했다. 생존자인 지역 방송국 카메라 기자 스타니슬라프 스미르노프는 "나무들이 헬기바로 밑에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헬기가 거꾸로 추락했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전부"라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헬기가 짙은 안개로 시계가 안좋은 상황에서 저공 비행을 하다전선에 부닥쳐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베드 지사 등은 모스크바 동쪽 3천400㎞ 예르마코프스코예 지역의 한 스키장개장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중이었다. 주요 언론은 29일 레베드 지사 일행의 사고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희생자들의 주검을 애도했다. 크라스노야르스크주 당국은 29-30일 이틀을 희생자 추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연방 정부도 세르게이 쇼이구 비상대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구성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레베드 지사는 1991년 강경파 쿠데타를 저지한데 이어 1996년 대선에서 보리스옐친 전 대통령 등과 겨뤄 3위를 차지하는 등 1990년대 러시아 정계의 거물로 자리했으나, 1998년 크로스노야르스크 주지사에 당선된 뒤로는 중앙 정치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