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1분기중 5.8%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으나 향후 소비지출 및 기업투자 동향을 가늠해주는 각종 경기 선행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 정부는 26일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1분기 GDP 수치를 발표했으나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달러가치는 큰폭 하락했다. 미국 경제가 올해 남은 기간중 1분기의 고성장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억눌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 경제를 침체에서 구해낸 원동력인 민간 소비지출 및 주택판매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1분기 소비지출은 3.5% 늘어났으나 전분기(6.1%)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증가세 둔화가 완연했다. 최종 판매도 2.6% 늘어났으나 전분기의 3.8%에 비해 상당히 둔화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증가가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 또한 나타났다. 향후 성장세의 척도가 되는 기업 투자는 1분기에 5.7% 감소했다. 기업들의 장비 및 소프트웨어 투자가 0.5% 줄어들면서 6분기 연속 감소했고 1999∼2000년 미국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IT(정보기술) 투자 역시 4.7% 줄어 들었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 95.7에서 93.0으로 큰폭 하락, 월가의 예상치인 94.3을 밑돌았다. 경기 회복의 버팀목이던 주택시장도 열기가 식고 있다. 3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3.1%,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7.9% 각각 감소했다. 전달에는 6.2% 증가했었다. 또 그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준 에너지 가격이 중동사태의 여파로 오름세로 돌아선 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월 내구재 주문도 전달에 비해 0.6% 하락, 제조업경기가 회복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90년대초에 이어 쌍둥이 적자시대에 접어든 것도 또다른 원인으로 지적됐다. 무역적자는 연간규모로 이미 4천4백억달러에 이르렀다. 미국 GDP의 4.4%에 달하는 금액이다. 상품과 서비스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재정적자도 올 회계연도중 약 1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다양한 악재가 미 경제회복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면서 뉴욕증시와 달러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인식, "1분기 성적은 분명 희망적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며 "단기적인 경기회복을 장기적 회복추세로 바꾸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최근 발표한 베이지북(경기동향보고서)을 통해 경기회복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는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산토메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미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임금의 실질적 개선에 따른 소비지출 증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