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이란 등 카스피해(海) 연안 5개국 정상들은 23일 투르크메니스탄 수도아슈하바드에서 카스피해 연안 국경선 및 석유 소유권 분쟁 조율을 위한 회담에 들어갔다. 5개국 정상들은 24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카스피해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기 위한 국경선 및 해저 분할 방안을 포함한 주요 현안들을 논의할 예정 이다. 이번 회담은 특히 1991년 소련 붕괴 후 처음 열리는 것인 데다 카스피해의 막대한 석유.가스 자원에 대한 주변 5개국의 이해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투르크, 게이다르 알리예프 아제르,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 등은 이날 오후 트르크 대통령궁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카스피해 석유.가스 매장량 면적 37만1천㎢의 세계 최대 내해로 철갑상어 알(캐비어) 산지로도 유명한 카스피해에서는 전부터 석유가 났으나 1994년 석유 매장량이 엄청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며 주목의 대상이 됐다. 카스피해에는 약 2천억배럴의 원유와 600조㎥의 가스가 묻혀 있어 페르시아만(灣)과 시베리아에 이은 세계 3대 석유.가스 매장지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계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잔여 매장량이 300억배럴 정도인 사실에 비춰 노다지광맥이 아닐 수 없다. 이때문에 주변국의 영유권 분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고,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원하는 미국도 이곳의 원유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있다. 영유권 분쟁 카스피해 영유권 분쟁은 석유 매장지가 일부에 치우쳐 있고 국경선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데서 출발한다. 국경선에 따라 원유 보고를 차지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3국은 현 국경선 비율에 따라 해저를 차등 분할하자는 입장인 반면 옛 소련 시절 카스피해의 50%를 관할했던 이란과 투르크는 20%씩 공평하게 나누자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각국 관리들은 서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강조하고 있지만 당사국들의 이해 관계가 워낙 복잡해 이견 조율이 그리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란은 미국이 아제르와 투르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회담 결과를 왜곡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송유관 노선 갈등 카스피해 석유를 운송할 송유관 노선도 주변국의 치열한 패권 싸움 대상의 하나이다. 현 송유관은 러시아를 거치기 때문에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원하는 미국이 달가와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 석유 수요의 50%를 수입분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은 1999년 27억달러를 들여 카스피해-아제르-그루지야-터키-지중해를 잇는 송유관을 만들기로 합의했으나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9.11 테러' 후 아프가니스탄을 무력 침공한 것도 카스피해-투르크-아프간-파키스탄을 거쳐 인도양으로 통하는 송유관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카스피해 이해 당사국의 하나인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것도 카스피해-이란-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최단 송유로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나오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