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요 언론들은 최근 미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외교정책의 난맥상을 연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비판의 화살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불과 한 두달전까지만 해도 부시 대통령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지만 이제 주요 언론들은 그의 미숙한 외교력을 폄하하는 글을 경쟁적으로 싣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직후 부시의 인기(업무수행능력에 대한 평가)는 90%를 넘나들었습니다.


하지만 아프간 전쟁이 시들해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진 탓인지 인기도가 80%대로 낮아지더니 지난주에는 76%로 떨어졌습니다.


공화당은 선거율 하락이 11월에 치를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국민들의 부시 사랑이 여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앨 고어 후보를 가까스로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9.11테러이후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에 반해 있습니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대통령의 예상외 선전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을 미숙하게 다루면서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습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지난 한주동안 팔레스타인 사태를 해결하기위해 중동에 머물렀습니다.


샤론 이스라엘 총리만 해도 3번 만났고 팔레스타인의 아라파트 수반과도 담판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중동외교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파월의 중재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안팎의 일반적인 평가는 낙제였습니다.


파월의 외교를 실패라고 규정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파월이 중동에서 돌아왔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서 철군을 끝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라파트도 자살폭탄테러를 금지시킬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양측의 휴전선언도 이끌어 내지 못했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인종 종교 영토분쟁이 어우러진 해묵은 과제로서 파월이 중재에 나섰다고 쉽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파월외교를 계기로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이번 분쟁을 다루는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의 외교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테러를 뿌리뽑겠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공격했을 때 부시는 '정당방위'라며 이스라엘을 옹호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물론 아랍국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미국은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철군을 요청했습니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반응이 나온데는 외교라인의 혼선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테러를 확실하기 '적'으로 규정하는 문제를 놓고 파월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와 체니부통령 및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등을 축으로 한 강경파간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이라크라는 또다른 변수가 배경으로 들어갑니다.


미국은 목에 가시보다 더 성가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하기위해 아랍국가들의 지지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점령한 이스라엘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옹호만 할 경우 아랍계의 지지는 멀어집니다.


이슬라엘은 아랍국가들의 적대국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사정때문에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점령에 대해 엇갈린 자세를 취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외교능력 부재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온지 15개월째. 가장 어려운 외교현안을 맞아 갈팔 질팡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쩌면 이미 예견됐는지도 모릅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29일 연두교서를 통해 "우리와 함께 하지 않으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기준을 대내외에 천명했습니다.


미국 편에 서지 않는 조직이나 국가는 응징해야 할 테러조직이나 테러국가라는 흑백논리를 외교노선으로 들고 나온 것이죠.


이 기준대로라면 자살폭판테러를 일삼는 팔레스타인은 어떻게 되나요.


테러조직이 분명하고 그렇다면 미국의 적일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점령하면서 내건 명분도 테러척결이었잖습까.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영토분쟁만이 아니라 인종 종교 분쟁과 함께 중동지역 문제가 복합적으로 엉클어져있기 때문에 부시의 흑백논리로는 풀기 힘든 사안입니다.


부시의 이분법적인 외교노선이 해결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제아무리 유능한 파월이라고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외교였습니다.


게다가 부시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한 '준비안된 대통령' 입니다.


외교정책을 가다듬기도 전에 터진 9.11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및 이라크 문제 해결에 온 신경을 쏟은 탓에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한 분명한 정책을 수립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파월 국무장관 방문전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동을 방문한 고위관료는 없었습니다.


체니부통령이 그 전에 중동을 찾아갔지만 목적은 이라크문제에 대한 지지요청과 일반적인 테러전쟁에 대한 협조요청이었습니다.


준비안된 부시 대통령과 단순한 흑백논리가 이번 외교의 실패를 낳은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실패는 공교롭게 같은 기간중 베네수엘라 문제와 관련해서도 불거졌습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쿠데타로 실각했다가 이틀만에 권좌에 복귀하는 정치격변의 과정에서 미국의 이중성이 드러났습니다.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지지하는 듯한 행태를 취했기 때문이죠.


차베스 대통령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어서 주변국들은 그를 몰아낸 쿠데타를 즉각 비난하고 나섰지만 미국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차베스가 미국의 비위를 거슬리는 쿠바와 가깝게 지내면서 미국의 입맛대로 놀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미국으로선 해서는 안될 행태였습니다.


미국의 비위에 거슬리는 나라의 민주주의는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가요.


미국의 희망과 달리 차베스가 이틀 만에 권좌를 다시 차지,미국의 난처한 입장이 국제사회에서 놀잇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지난 3월5일 취한 철강수입규제에서 이미 어리숙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말았습니다.


자유무역을 존중한다면서 자국 철강업계를 보호하기위해 철강수입제품에 고율관세를 매길 때부터 미국의 이기주의적인 대외정책이 도마위에 올랐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누구입니까.부시와 가장 가까운 정상으로 늘 부시의 외교정책을 후원하는 '부시 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레어 조차도 철강수입규제를 비판하고 나섰으니 부시 행정부의 철강정책은 실패작인게 분명합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외교정책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제임스 스타인버그는 "부시 행정부가 다양한 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대외정책에 대한 도전을 어떻게 해결할지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21일자 뉴욕타임스의 제목이 인상 깊더군요. '전쟁은 쉬웠지만 나머지는 다 엉망'.


아프간 전쟁만 제대로 치른 후 그 밖의 현안들을 풀어가지 못하는 부시 행정부를 한마디로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이 신문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쿠바 피그만 침공사건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계획발표 때처럼 명분만 앞세우고 현실적인 여건을 무시했다가 난관에 봉착했던 사례를 들며 부시 행정부가 그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보도했더군요.


주말인 20,21일 워싱턴DC에서도 미국의 외교정책을 한 눈에 평가할수 있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IMF (국제통화기금) IBRD(세계은행) 춘계회의가 이곳에서 열려 국제화를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이미 예정돼 있었습니다.


국제화나 세계화의 흐름을 주도해가는 곳이 IMF같은 국제경제 기구이고 그 기구들의 대주주가 미국이기 때문에 결국 미국의 국제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규탄하는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백악관 앞을 꽉 메워 주말의 워싱턴은 그야말로 미국 성토 투성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모인 사람들은 일부 언론추산으로 7만명을 넘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통령 전용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머뭅니다.


시위대의 함성은 으레 그가 백악관으로 돌아오곤 하는 일요일 저녁까지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워싱턴 고광철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