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우 폭력 단체 `스킨헤드'가 아돌프 히틀러 생일인 20일을 전후해 외국인들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수도 모스크바 일원에서는 21일 대부분 외국 상점이 철시하고 길거리 행인이 눈에 띄게 주는등 일대 공황 상태가 빚어졌다. 한국 식당과 가게들이 몰려 있는 `아를료녹(새끼 독수리)' 호텔의 경우 20일 이후 한국인 출입이 80% 가량 감소했으며 기타 다른 식당에서도 교민 모습을 찾아보기힘들었다.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계와 카프카스 지역 출신 상인들도 외부 출입을 삼간 채 삼삼오오 모여 하루를 보냈으며, 일부는 자경단을 조직해 외부 경계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 유학생들은 학교가 18일 부터 임시 휴교함에 따라 기숙사등지에서 문 밖 출입을 자제했으며, 고려인과 조선족 등 한국계 주민들도 불필요한 외부 출입을 끊었다. 스킨헤드 공포가 이렇게 확산됨에 따라 시내 주요 도로의 교통량은 이날 평소의 절반 이하로 극감했고,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누가 어디서 살해됐다는 등의 확인되지않는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실제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일본과 중국 학생들이 최근 지하철역에서 스킨헤드에 무참히 살해됐고, 일부는 휘발유가 뿌려진 채 불에 타기도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또 스킨헤드가 700-800명씩 모여 시내 일원을 활보하고 있다는 신고도 주러 한국 대사관에 자주 접수돼 직원들이 확인에 나선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스킨헤드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어서 관계 당국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에도 스킨헤드 공포는 매년 4월이면 고개를 들곤 했으나 올해 처럼 심각한 지경에 이른 적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교민들은 입을 모은다. 히틀러의 극우 민족주의를 추종하는 스킨헤드는 앞서 지난주 한국과 미국, 일본,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국 대사관에 "러시아를 떠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데 이어 이번주에는 TV 방송에 출연해 히틀러 생일을 전후해 외국인 300명을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