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금융 중심지인 밀라노 시내 30층짜리 최고층 빌딩의 25층에 18일 오후 관광용 소형 비행기 1대가 충돌, 조종사를 포함해 최소한 5명이 숨지고 60명이 부상했다고 경찰과 소방관들이 말했다. 비행기의 고층 빌딩 충돌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해 9월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고층빌딩 세계무역센터 비행기 충돌과 같은 테러사건이 재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공포가 한동안 이탈리아를 비롯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클라우디오 스카졸라 내무장관은 이번 충돌이 "사고인 것이 확실하다"면서 조종사가 충돌 직전 밀라노의 리나테 공항 관제탑에 통제 불능이라는 조난신호를보냈다는 보고들이 들어왔다고 밝힘으로써 공포 분위기는 바로 사라졌다. 경찰과 목격자들은 사고 비행기가 오후 5시45분(한국시간 19일 0시45분)께 롬바르디 지방정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밀라노 중심부의 피렐리 빌딩에 충돌했다고 말했다. 조종사 1명만 탑승했던 이 비행기는 건물 25층에 충돌, 아래.위층까지 큰 피해를 입혔으며 수많은 파편들이 주변 도로에 떨어졌다. 한 목격자는 이 빌딩이 24층부터 옥상까지 수리공사가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비행기가 충돌한 지점 주변은 비어 있던 상태였다고 전했다. ANSA 통신은 사고 당시 발생한 화재가 신속히 진화됐으며 소방관들이 빌딩내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던 몇명의 시민을 구조했다고 전했다. 현지의 한 민간 방송은 사고기 조종사가 충돌 발생 전 비행기에 대한 통제력을잃었다고 관제탑에 무선 연락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국영 RAI TV 역시 사고기 조종사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사고 직전에 구조 요청을 했다고 전했으며 ANSA 통신도 조종사가 충돌 직전 구조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총리실 위기관리팀은 스카졸라 내무장관이 이번 비행기의 고층 빌딩 충돌이 사고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공군은 1급 경계령을 내렸다가 사태가 명확해진 뒤 해제했다고 밝혔다. 피에트로 루나르디 교통장관은 조종사가 밀라노 최고층 빌딩을 향해 기수를 바꾼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고를 조사중인 수사관들은 조종사가 심장마비를 일으켰거나 기내 화재로 인한 연기에 질식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직후 경찰이 긴급 출동하고 앰뷸런스 차량들이 사이렌을 울리면서 질주하자 밀라노시는 공포에 휩싸였으며 시민들은 곧 바로 9.11 미국 테러사건을 연상했다. 마르셀로 페라 상원 의장이 기자들에게 이번 비행기의 고층 빌딩 충돌이 "공격인 것 같다"고 언급함으로써 공포감을 더욱 부추기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을 판단한페라 의장은 곧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다. 충돌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탈리아 증시는 장마감 이후 거래를 중단했으며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5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가 테러가 아닌 사고로 밝혀짐에 따라 회복됐다.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담당 보좌관과 앤드루 카드 백악관 실장이 사고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사고 소식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사고를 낸 조종사는 68세의 지노 파술로씨로 5천 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가 난 피렐리 빌딩은 지난 1950년대 설계된 곳으로 이탈리아 금융 중심지인 밀라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밀라노 AP.AFP=연합뉴스) h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