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7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에게 자신의 고립을 해소하기 위해 부시 행정부와 국제사회가 함께 행동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집무실에서 가진 콜린 파월 미국국무장관과의 두번째 회담에서 이같이 호소한 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철군약속을 저버리고 요르단강 서안을 재점령했다고 강력 비난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두시간 남짓한 회담을 마친 뒤 성난 표정으로 어두운 집무실복도에서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공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청사를 떠났으며, 카이로로 향하기 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아라파트 수반은 격노한 목소리로 "나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며 "부시 대통령과 국제사회에 이스라엘의 포위를 풀어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아라파트 수반 집무실 바로 옆 건물에는 이스라엘 저격수들이 창문을 반쯤 열고총을 겨누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샤론 총리가 1주일내 철군하겠다고 약속하고도 다시 자치지역에 들어왔다면서 "누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야세르 아베 라보 팔레스타인 공보장관은 이날 회담에 대해 "재앙과 다름없다"고 말한 것으로 카타르의 알-자지라 위성방송이 전했다.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수석협상 대표는 샤론 총리가 파월 장관의 휴전노력을 어뢰로 격침시켰다고 비난했다. 에라카트 대표는 "1주일 전에 비해 상황이 나아진 게 전혀 없다"며 "자치정부가얼마나 더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도 예루살렘 인근지역에 있는 팔레스타인 마을에서 주민들을강제 소개하는 등 군사작전을 계속했다.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에서도 중화기 교전음이 들렸다. 한편 이날 저녁 파월 장관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간에 예정됐던 회담이 취소됐다고 이집트 대통령궁 소식통이 전했다. (라말라.예루살렘.카이로 AFP.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