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동안 계속 과음하지 않더라도 과음을 하면 불과 며칠 이내에 뇌가 손상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6일 발간된 '알코올리즘:임상.실험연구' 4월호에 따르면 쥐에게 8시간 간격으로 4일 연속 '과음'에 해당하는 양의 알코올을 투여한 결과 쥐의 뇌에 손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의 냄새 관장 부위는 과음한지 이틀만에 손상됐으며 다른 부분도 4일 후에 손상이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음주에 따른 뇌 손상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장기간에 걸친 과음을 그만둘 때 나타난다는 일반적인 믿음을 뒤집는 것이다. 이 연구논문의 공동 저자인 풀톤 크루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알코올연구소장은"뇌의 손상이 술취한 상태에서 주로 일어나는 것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이번 연구는 4일짜리 시험 모델이지만, 주말내내 과음하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실험 쥐에게 투여된 알코올 양은 남성의 과음량으로 규정된 한 번에 5잔의 2배인 10잔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여성의 경우 과음량은 한 번에 4잔 이상이다. 국립보건통계센터의 99년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15%가 한 달에 최소한 한 번은이 정도의 과음을 하고 있다. 인간의 두뇌와 알코올의 관계에 대한 지식의 대부분은 몇년씩 술을 마시다 사망한 사람의 해부를 통해 얻어진다. 오리건 보건대학 포틀랜드 알코올연구센터의 존 크라베 소장은 "알코올 손상효과에 관한 기존 지식의 대부분은 손상이 일어난 다음에 사후적으로 얻어진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손상이 그 전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음주와 관련된 뇌의 손상은 알코올중독자의 영양섭취부족 때문인 것으로 생각됐었다. 만성적인 음주는 비타민 B1 결핍과 관련있다.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뇌검사에서 나타나는 알코올과 관련된 뇌의 수축에 주목하고 있으나 뇌수축의 의미를 해석하기는 어렵다. 크라베소장은 "오랫동안 술을 마신 사람이라도 술을 끊으면 많은 경우 뇌수축이 상당히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형태의 뇌수축은 노화와도 연관이 있으며 수축정도와 인식능력 저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