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객기 참사 이틀째인 16일 한국과 중국 사고대책반이 함께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사고조사 활동이 본격화됐다. 관심의 초점은 사고기 기장 우신루씨(吳新祿.32.김해성모병원 치료중)의 진술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사고원인으로 조종사 실수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기체결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관점이 다를 경우 자칫 양국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사고 수습 및 보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고조사 급류=한국과 중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김해시청에서 첫 모임을 갖고 합동조사반을 구성,현장을 조사했다. 이어 오후엔 극적으로 살아남은 우 기장과 객실 승무원 2명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풀어줄 블랙박스도 곧 열린다. 블랙박스는 일부가 불에 타 훼손되기는 했지만 사고 당시의 상황을 밝혀내는데 문제가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한.중 양국은 사고비행기 제조국인 미국의 NTSB(국가교통안전위원회) 조사단이 17일 현장에 도착하는 대로 블랙박스를 개봉,보존상태를 점검한 뒤 해독장치가 마련된 김포공항으로 운송해 자료 해독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국간 논란 가능성= 임인택 건교부 장관은 이날 부산지방항공청 사고수습본부를 방문,"이번 사고는 기상악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며 관제상 문제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블랙박스가 수습돼 곧 객관적인 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전문가들은 "블랙박스의 음성녹음장치(CVR)는 하루이틀이면 해독할수 있지만 비행자료기록장치(FDR) 해독에는 통상 두달 정도가 소요된다"며 "조종사가 다행히 생존해있지만 원인을 둘러싸고 한국와 중국측간에 예기치 못한 해석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측이 관제상의 문제를 지적할 경우 사고원인을 둘러싼 마찰이 불가피하며 블랙박스 규명에 의한 진실이 밝혀질때까지 지리한 책임공방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희생자 보상문제=이번 사고로 전체 탑승객 1백66명(승무원 11명 포함)중 생존자는 38명(한국인 26명,중국인 11명,카자흐스탄 1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항공기는 영국 재보험사인 로이드보험사 계열사 암린(AMLIN)에 기체와 승객, 화물보상을 포함해 최대 12억5천만달러의 보험에 가입했다. 1인당 보상한도는 무제한이지만 보험금은 사망자 또는 부상자의 소득수준과 연령 등을 따져 지급될 예정이다. 지난 97년8월 발생한 대한항공 괌추락사고의 경우 항공사측이 가입한 보험사 보상이 1인당 최고 14만달러와 함께 위로금 1억2천5백만원 등 총 2억5천만원을 보상한 바 있다. 중국조사단의 일행으로 이날 김해시청을 방문한 중국국제항공공사 공구쿠이 부총재는 "국제 관례에 따라 유족 보상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측이 "국제 관례에 따라"라는 꼬리표를 붙임에 따라 보상문제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보상문제는 사고원인과도 연관된 문제"라며 "지난 수십년간 이같은 대형사고를 겪어본 적이 없는 중국측이 예의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제관례에 따르겠다고 못박고 나선 만큼 유가족에세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임인택 건교부 장관은 "보상규모는 사고국의 국민소득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 결정될 수 있으며 보험금 외에도 소송 등을 통해 추가 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는 원활한 보상처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김태현 차장 이익원 김희영 신경원 하인식 유병연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