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이 14일 축출된 지 이틀만에 대통령직에 전격 복귀했다. 이로써 지난 12일 차베스 하야이후 급박하게 전개됐던 베네수엘라 정정불안이 일단 진정될 계기를 맞게 됐으나 쿠데타 연루자 처리 및 차베스의 급진 개혁정책에 반감을 지닌 우익계층 등 반대세력 무마 등 과제가 산적한 상태여서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을 축출하고 페드로나 카르모나 임시 대통령을 추대했던 쿠데타가 실패로 끝남에 따라 이날 대통령궁으로 복귀, TV 생중계속에 재취임식을 갖고 디오스다도 카베요 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직을 정식 인수했다. 카르모나 임시 대통령의 사임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카베요 부통령은 취임식에 앞서 차베스의 대통령직 인수령에 서명, 이날 오전 4시30분(한국 시간 오후 5시30분) 공식 발효됐다. 카베요 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이 이제 "허용된 기능과 권한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으며, 차베스 대통령은 눈물을 머금은 채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TV 카메라를 직시하며 "아직 어리둥절하다. 지금도 이번 사태를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카리브해의 오르칠라섬에서 헬리콥터편으로 카르카스로 이동,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대통령궁에 들어선 차베스는 "우리는 이번과 같은 반혁명 사태가 무었을 의미하는 지 잘 알고 있다"면서, "피와 고통을 가져온 이번 사태가 모두에게 교훈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는 평화를 촉구한다. 나는 안정과 이성, 그리고 국가 통합을 촉구한다"면서 평온을 되찾을 것을 호소했다. 앞서 카르모나 임시 대통령은 친차베스 시위와 차베스를 지지하는 군부의 압력에 밀려 13일 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사임을 발표한 뒤, 의회가 카베요 부통령을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일 임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지 불과 27시간만으로, 남미 최단시간 쿠데타중의 하나로 기록된 이번 사태의 최대 희생자가 됐다. 카베요 부통령은 카르모나와 그를 지지했던 군부 세력이 군사 반역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될 것이라면서 군 관계자 1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카베요 부통령은 또 차베스 축출이후 소요가 발생하면서 25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한 것과 관련, 경찰이 차베스의 재집권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했다고 비난함으로써 경찰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예고하기도 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러나 취임 연설에서 "마녀사냥이나 박해는 없을 것이며, 자유로운 표현이나 사고를 경시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천명, 일단 유화정책을 구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국가에 충성하고 진실한 비판과 대안을 제공해주는 야당을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국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이번에 쿠데타가 발생한 것은 차베스 정권이 나아갈 방향을 변경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라면서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포용할 것을 차베스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도 NBC TV와의 회견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합헌적인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마녀사냥을 할 시간은 없으며 베네수엘라의 국가적 화합을 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어 차베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의 배를 올바르게 되돌리는 기회로 활용하기를 미 정부는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