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아깝게 고배를 마신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마침내 부시 대통령의 내치를 맹공하며 본격적인 정치 재개의 신호탄을 올렸다. 고어 전 부통령은 13일 대선 패배 이후 처음으로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시 행정부가 경제, 환경, 가치 기준 등 각종 정책에서 실정을 저질렀다고 공격을 퍼붓고 당원들에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도록 주문했다. 플로리다는 2000년 대선의 승패를 가른 재개표 사태의 현장으로 이날 올랜도에서 개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당원 2천500여명은 고어 전 부통령을 금의환향한 영웅처럼 뜨거운 환영으로 맞이했다. 그는 "경제는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미국의 귀중한 가치가 짓밟히고 있으며 특수 이익단체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내 의견에 동조한다면 우리가 믿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일어서 그것을 위해 싸우라"고 당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자신이 테러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대통령과 군부를 지지했음을 예로 들며 백악관에 대한 공격은 비애국적이라는 주장을 일축하고 애국심이란 자기 의견을 당당히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대담하게 말할 때가 됐다"고 전제하고 "정부가 옳다고 믿을 때는 물론이고 정부가 미국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믿을 때에도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부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이름까지 들먹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날 연설은 고어 전 부통령이 1년여에 걸친 `은둔'을 끝내고 올 2월 정계 복귀의 기지개를 편 이래 가장 공격적인 것으로 유세 당시 `화끈함'을 보여 주지못했다는 지적을 말끔히 씻어 주기에 충분했으며 당원들은 `여전히 고어의 나라'라고 적힌 팻말과 스티커를 흔들며 화답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대권 재도전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대선 후보) 지명자가 누구든 우리는 2004년에 민주당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고 말해 유세에 나설 준비가 갖춰져 있음을 시사했다. 플로리다주 전당대회에는 고어 전 부통령 이외에도 2000년 대선 당시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과 크리스 도드 상원의원(이상 코네티컷),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노스 캐롤라이나) 등 대선 후보 물망에 오른 5명이 이틀동안 연단에 오르게 돼 있어 당내 경선을 방불케 하고 있다. 한편 역시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토머스 대슐 상원 원내총무와 리처드 게파트하원 원내총무, 하워드 딘 버몬트주 지사는 다른 일로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