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지속돼온 스리랑카 북동부반군단체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와 정부군과의 전투를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회담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 단체 지도자 벨루필라이 프라바카란(47)은 독립을 위한 투쟁을 포기할만한 조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10일 지적했다. 그는 또 LTTE의 불법화 조치가 해제되지 않는한 노르웨이의 중재로 다음달 태국에서 열릴 예정인 평화회담에 이 단체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리랑카 북부 LTTE 근거지에서 12년만에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프라바카란은 "우리의 독립 추구 정책을 포기하기에 필요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정치적 독립은 LTTE가 아닌 타밀 인민의 요구"라고 말했다. 프라바카란은 또 "LTTE의 불법화 조치가 해제돼야만 우리는 평화회담에 참석할것"이라면서 "그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프라바카란은 LTTE는 이번 회담을 통해 내전으로 얼룩진 북부지역에 임시정부를설립하는 방안을 토의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 정부는 최종적인 해결이 아니다"면서 이와같은 임시 조치는 북동부지역의 정상화를 위한 조건 마련을 돕고 나머지 지역에서 라니 위크레메싱헤 총리의경제회복 작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라바카란은 직접 태국 평화회담에 참석하지는 않겠지만 협상은 자신이 지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지는 전투복과 권총 대신 회색 사파리에 말끔히 면도한모습의 프라바카란은 91년 5월 한 여성 LTTE 대원에 자행된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 암살에 대한 인도 기자의 질문을 "그것은 10년전에 일어난 비극적 사건으로 우리는 지금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고 피해나갔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인도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는 프라바카란은 "인도와의 긴밀한 관계를 원한다"면서 LTTE에 대한 인도의 불법화조치 해제를 희망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수도 콜롬보에서 435㎞ 북쪽의 킬리노치치 정글 내 LTTE 근거지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프라바카란이 이끄는 LTTE는 지난 83년부터 스리랑카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하는 타밀족의 독립을 요구하면서 정부군과 아시아에서 최장기간의 내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6만4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의 광신적 추종자들은 간디 전 총리와 93년 5월 라나싱헤 프레마다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 등에 대한 자폭테러를 비롯해 테러행위를 자행해왔으며 그는 인도와 스리랑카 이외에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도 테러리스트로 간주되고 있다. (킬리노치치 AP.AF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