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에 나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9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만나 휴전 및 정치협상 문제에 대해 논의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날 카이로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한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주 후반 예루살렘 방문 때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와의 대화를 고대하고 있으며 아라파트 수반과도 만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파월장관은 자신이 이들 두 지도자와 휴전 및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창설로 이어질 정치협상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파월장관이 이번 중동 순방 기간에 아라파트 수반을 만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아라파트 수반을 팔레스타인의 정통성있는 지도자로 보는지 여부를 묻는질문에 파월장관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아라파트 수반을 그들의 지도자로 여기고 있음을 미국은 인정한다"며 "선출됐든 아니든 누구를 지도자로 할 것인지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달려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인들의 지도자로서 그는 많은 의무를 지고 있으며 나는그들이 휴전과 정치협상을 보장해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번주 후반 그와 그의 측근들과 대화할 기회를 가지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철수를 시작한 것과 관련, 이는폭력의 악순환을 종식시키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미국은 현지에 감시단을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 모두에서 청춘 남녀와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힘든 시기에 이곳에 왔다"면서 "미국은 당면 폭력사태를 끝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모든 일을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흐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아라파트 수반이 팔레스타인의 정통성있는지도자로 존중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하고 "안보는 무력의 사용을 통해서가 아니라당사자들간에 신뢰 조성을 돕는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이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월장관은 지난해 6월 이후 아라파트 수반을 만나지 않았으며 이번 중동순방에서도 당초 그와의 면담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라파트 수반을 만나라는 아랍 지도자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회담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장관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 억류돼 있는 아라파트 수반을 만나기 위해라말라를 방문할 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초 계획보다 하루 빠른 11일 이스라엘에도착할 것이라고 이스라엘 관리들이 전했다. 아랍권에서는 파월장관의 중동 방문 일정에 아라파트 수반과의 회담이 빠져있는것으로 알려지자 미국이 이스라엘의 아라파트 수반 축출기도를 지원하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