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에 나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9일 오후(현지시간) 이집트에 도착, 중동분쟁 수습과 평화협상 재개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파월장관은 이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만나 이집트 지도자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휴전 이후 전개될 평화협상에 이집트가 참여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소식통들은 관측했다. 파월장관은 특히 무바라크 대통령을 비롯한 아랍 지도자들이 야세르 아라파트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자살폭탄 공격을 끝내라는 압력을 가함으로써 휴전노력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할 것으로 이들은 분석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파월장관에게 팔레스타인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즉각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이-팔 휴전 합의 도출을 위해 파월장관이 아라파트 수반을 만나라고 권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아흐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8일 "아라파트 수반이 정통성있는 팔레스타인의 대표로서 누구도 그의 정통성을 의심하거나 팔레스타인 지도부를변경할 권리가 없다"는 이집트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랍권에서는 파월장관의 중동 순방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돼 이번 순방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전날 모로코를 방문한 파월장관은 모하메드 6세 국왕으로부터 공개석상에서 "예루살렘에 먼저 가는게 중요하다고 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이같은 질문은 파월장관이 분쟁 현장을 뒤늦게 방문함으로써 이스라엘에게 군사작전을 계속할 여유를 주고 있다는 아랍권의 비난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모로코에서 파월장관과 회담한 압둘라 빈 압델 아지즈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공격 지속으로 아랍권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와 외교정책이 손상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장관은 이집트 방문을 마친뒤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유럽연합 지도자들,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그는 이어 11일께 이스라엘을 방문 아리엘 샤론 총리와 만나고 `여건이 되면' 아라파트 수반과도 회담한다는 계획이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