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9일 요르단강 서안 칼킬야와 툴카렘에서 군을 철수시킨 데 이어 라말라에 포위돼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자신의 보좌진과 접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라난 기신 대변인은 "전날 밤 안보각의를 열어 팔레스타인 고위간부 4명이 아라파트 수반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미국의 중재노력을 돕기 위한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조치일 뿐 고립상태를 완전히 해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지난달 29일 이후 서안 라말라의 집무실에 완전히 포위돼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됐으며, 지난 주말 앤서니 지니 미국 중동특사를 만난 것이 유일한 접촉이었다. 이스라엘 군이 일부 지역에서만 철군함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일 오전10시30분(한국시간 밤 11시30분) 회의를 소집, 즉각적인 철군 결의안(1402호)의 즉시 이행을 요구하는 추가 결의안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 대사는 그러나 고위급 외교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면서 새 결의안을 채택하자는 아랍권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칼킬야와 툴카렘에서 철군을 완료했지만 요르단강 서안의 다른 지역에서는 작전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헤브론 남쪽 두라 마을에서 무장대원들을 체포하기 위해 새 작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중재 외교를 위해 중동 순방에 나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9일 오전 7시30분(한국시간 오후 4시30분) 첫 방문지인 모로코를 떠나 이집트로 향했다. 파월 장관은 카이로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만나 위기 타개와 관련해 밀도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 빈 압델 아지즈 왕세자는 카사블랑카에서 파월 장관을 만나 미국이 샤론 총리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서안도시 제닌 팔레스타인 난민촌 등지에서 이날도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 사이의 충돌이 계속돼 이스라엘 병사 11명이 사망했다고 카타르의 알-자지라 위성방송이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제닌 난민촌에서만 이스라엘 병사 9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예루살렘.카사블랑카.유엔본부 AP.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