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한 불임여성이 임신 8주째를 맞았다는 보도 후 보도의 진위여부에 대한 의혹과 함께 인간복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탈리아의 인공수정 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는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열린 복제 및 유전공학 관련 회의에서 "우리 프로젝트는 현재 상당히 진전된 단계에 와 있다"면서 "인간복제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수천명의 불임부부중 한 명의 여성이 임신 8주째를 맞았다"고 말했다고 현지 영자지인 '걸프 뉴스'가 전했다. 안티노리 박사는 그러나 이 여성의 국적이나 소재지는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4년 기증된 난자를 통해 62세 할머니를 임신시킴으로써 유명해진 안티노리 박사가 정말로 인간복제를 통해 불임여성을 임신하게 했는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는 언론의 확인 요청 및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복제 및 수정 전문가들은 보도의 사실 여부에 커다란 의혹을 표시하는 한편 복제 자체를 비난하고 나섰다. 런던 수정센터의 에합 켈라다 박사는 안티노리 박사가 즉각 이 보도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보도가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우리는 안전한 복제 방법을 모른다. 또 적절한 규제나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길로 들어선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저명한 복제 과학자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부설 화이트헤드 연구소의 루돌프 제니쉬 생물학 교수는 이 보도에 지극히 분노하고 있으며 진실성 여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에 성공한다고 해도 기형일 가능성이 극히 높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마당에 복제를 감행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무책임한 짓"이라면서 "복제에 따른 최상의 결과는 사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의학윤리회보(BOME)'의 편집장인 리처드 니컬슨은 복제 배아를 이식하는 것은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라면서도 기술상의 난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보도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제양 돌리 생산을 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포유류 복제에 성공한 스코틀랜드 로슬린 연구소의 해리 그리핀 부소장 역시 어린이를 복제하는 것은 전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생명윤리학 센터 소장인 아서 캐플런 박사는 안티노리 박사가 복제아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동물의 경우 350건의 복제 시도 가운데 약 30건 밖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보도의 진실성에 의혹을 표시했다. 그는 특히 복제에 성공한 동물중 97%가 사산 또는 유산됐으며, 출산에 이른 동물 역시 성장부진에서 관절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함을 안고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모든 인간 복제행위는 비도덕적인 짓이며, 복제에 성공했다 해도 그는 영웅이 아니라 최고가 되려는 욕망에 영아의 운명을 도외시한 악당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미국 출산의학협회 회장인 윌리엄 케이 박사는 협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일부 자칭 복제 전문가들이 연구에 진전을 이뤘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복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단언했다. 안티노리의 복제 임신 성공관련 보도를 계기로 지난해 인간 복제를 규제할 수 있는 국제규약 마련에 착수한 유엔의 행보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관련 국제 규약을 마련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왔지만 이번 보도를 계기로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인간 복제를 금지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은 이 분야에서의 학문적 업적에 기존 법을 어떤 식으로 적용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런던=연합뉴스) 김성수.김창회 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