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에서 진행중인 새로운 다자무역라운드인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에 일부 개도국들이 제안하고 있는식량안보가 각별히 고려돼야 한다는 건의가 유엔공식문서를 통해 제기됐다. 장 지글러 식량권 담당 유엔특별보고관은 제58차 유엔인권위에 제출한 보고서를통해 "국제무역규범이 국제인권법과 충돌을 빚어서는 안되며 WTO 농업협상은 식량권보호 필요성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글러 특별보고관은 지난 11월의 제4차 도하 WTO 각료회의에서 에이즈치료제의특허권 분쟁과 관련해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 협정 재해석에 관한 선언문을 채택한 것은 지재권에 대한 건강권의 승리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TRIPS 협정의 재해석은 씨앗과 유전자원에 관한 생명공학과 특허권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식량권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글러 특별보고관은 덧붙였다. 그는 거듭 "만약 식량권이 WTO에 의해 다뤄지지 않는다면 인권과 식량권을 국제무역규범에 통합시키는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WTO와 브레튼 우즈 기구와 같은 국제기구들을 국제인권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할수 있다고 말했다. 쿠바, 도미니카, 엘 살바도르, 온두라스, 파키스탄, 하이티, 케냐, 니카라과,스리랑카, 우간다, 짐바브웨 등 개도국들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특정 농산물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식량안보박스'를 제안했으나 도하 각료회의에서 완전히 무시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지글러 특별보고관은 8억1천5백여만명이 기아와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며 매년 3천600만명이 기아 또는 기아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다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침묵의 대학살은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전세계의 인구를 충분히먹이고도 남을 만큼 식량을 생산하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매 7초마다 10세 미만의 아동이 세계의 어느 곳에서 직.간접적으로 기아로 목숨을 잃도록 방치한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천부적 인권으로서 식량권의 보호를 역설했다. 한편 지글러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유엔인권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대북한 인도지원 식량의 전용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