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현재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 포위돼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유럽 외교관들과 함께 라말라를 떠나도록 허용할 수 있으며 대신 다시 돌아오지는 못하게 할 것이라고 유럽연합(EU) 특사에게 2일 제의했다. 이스라엘 공영라디오 방송에 따르면 샤론 총리는 이날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군 기지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미겔 모라티노스 EU 중동특사를 만나 아라파트 수반이 라말라를 떠날 수 있는 지에 관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자 "유럽 외교관들이 원한다면 헬기를 동원해 그(아라파트)를 데리고 이 곳(라말라)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샤론 총리가 아라파트 수반을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영구 추방하는 가능성에 대해 처음 공식 언급한 것이다. 샤론 총리는 추방 제안의 구체적인 조건으로 첫째 이스라엘 내각에 문제를 먼저상정해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둘째, 아라파트 수반이 다른 팔레스타인 인사를 데리고 가지 않고 혼자 떠나야 하며 셋째, 떠나는 길은 오로지 `편도(one-way)' 뿐이라고 강조했다. 샤론 총리는 아라파트 수반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뿐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는인물들은 살인자이거나 수배범이기 때문에 결코 함께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그러나 샤론 총리의 이같은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고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수석 협상대표가 전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대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다국적 보안유지군을 긴급편성해 파견해줄 것을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권 주간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라파트 수반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이같은 요청을 보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과 전송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아라파트 수반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말살하지 않겠다는 점을 약속받았다고 장치웨(章啓月) 외교부 대변인이 말했다.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BBC 라디오4 채널과 가진 회견에서 이스라엘 군이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즉각 철군할 것을 촉구하고 군사 행동은 지역분쟁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 군이 지난 달 29일부터 나흘째 라말라의 아라파트 수반 집무실을완전히 포위하고 있는 가운데 요르단강 서안 최대도시인 나블루스에 이스라엘 탱크들이 결집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돼 긴장이 더욱 고조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 군은 레바논 남부에서도 헤즈볼라 게릴라 추정 세력과 포격전을 전개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게릴라 장악지역에서 위력적인 카츄샤 로켓탄이 날아들자 즉각 시바 농장 인근 국경마을에 박격포 8발을 응사하고 기관총 세례를 퍼부었다고 현지 취재진이 전했다. 이스라엘 탱크가 진입한 베들레헴의 성 마리아 교회에서는 총격전 와중에 가톨릭 사제 한 명이 사망하고 수녀 6명이 부상했다. 숨진 사제는 이탈리아 또는 프랑스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말라 중앙병원 앞에서는 팔레스타인 여성 한 명이 병원을 나서다 이스라엘측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의료진이 전했다. (예루살렘 베들레헴 베이징 AFP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