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생활속에서도 훌륭한 학교시설과 활발한 상업활동등으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지녔던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는 이스라엘의 잇단침공으로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쑥대밭이 됐다. 이스라엘군의 포격과 공습으로 전지역의 수도와 전력 공급이 대부분 끊기고 상가도 대부분 철시하면서 라말라는 현재 공포와 절망만이 감도는 폐허로 변했다. 거리 곳곳에는 공습으로 파괴된 수도관에서 치솟아 나온 물이 강물처럼 흐르고파괴된 차량의 잔해와 유리조각들이 여기저기에 나뒹굴고 있어 라말라시는 마치 강력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처럼 보인다. 특히 라말라를 점령한 이스라엘군이 일반 가정주택과 건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점거하는 한편 도로 곳곳에 참호를 파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주민들은 밖으로 나올엄두도 내지 못한채 집안에서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아라파트 수반의 집무실에서 불과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에마드엘-아트샨(38)은 "날마다 총소리와 포성이 들려와 아이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며 "포성이 멈추더라도 집안에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할 수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시렌 압델 하디(20)는 "수도와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냉장고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썩고 있고 빨래도 할수 없다"면서 이웃들은 정원 호스를 길거리로갖고 나가 파괴된 수도관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 사용하는 등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과대 학생인 아흐메드 살람(21)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라말라시는 평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집결지였다며 "파괴된 라말라시를 보고 있으면 모든 희망이 부서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라말라 A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