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적'으로 규정,사실상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중동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정중심지인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를 점령한 데 이어 30일 오전에는 베들레헴에 진입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전기와 식수조차 끊긴 채 측근 2~3명과 청사에 머물고 있으며 이스라엘군이 3층짜리 청사의 2층까지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측은 즉각 자살폭탄 테러로 응답하는 등 '성전'에 나설 태세다. 29일 오후 예루살렘 남동부 키리아트 요벨의 한 슈퍼마켓 입구에서 여성이 자폭테러를 감행,3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데 이어 30일 저녁 텔아비브의 한 카페에서도 자폭테러로 32명이 부상했다. 중동사태가 최악의 유혈국면으로 접어들자 국제사회도 적극 개입하고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0일 이스라엘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유럽연합(EU) 러시아 터키 등도 결의안의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온 미국 부시 행정부는 이스라엘측의 공격을 '자위권'으로 인정하면서도 이·팔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며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