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연휴에 들어간 워싱턴은 29일 하루종일 긴박감이 감돌았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아침 중동사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일보직전의 상황으로 치닫자 곧바로 화상을 통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긴급안건은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중동사태. 부시 대통령은 부활절 연휴로 이어지는 3월 마지막 휴일을 앞두고 최악의 중동사태에 직면,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한 것. 부시 대통령은 화상 국가안보회의를 통해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 콘돌리자 라이스국가안보보좌관,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중동대책을 숙의했다. 부시 행정부는 특히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적"으로 규정, 사실상의 전쟁을 선포하자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 시를 재점령, 아라파트 수반이 포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본부건물을 포위공격하고 아라파트 수반이이를 "이스라엘측 테러"라고 분노를 터뜨리며 응전을 결의하자 부시 행정부는 가용한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사태파악과 대책마련에 부심. 미국은 아랍정상회담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제시한 중동평화안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자살폭탄테러가 터지고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 군사공격이 단행되자난감한 표정이 역력. 이는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경우, 아랍정상회의가 추인하고 미국이 지지한 사우디 평화안이 물건너가는 것은 물론, 중동평화의 중재역을 떠맡은 미국의 외교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게다가 이라크를 겨냥한 테러 확전 채비를 준비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중동사태 악화가 대(對) 이라크 확전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 중동외교팀에 비상이 걸렸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중동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주시하고 있으며 적절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먼저 파월 국무장관에게 워싱턴에서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토록 하는 한편, 파월 장관, 앤터니 지니 중동특사, 아랍권주재 미 외교대표 등 외교채널을 가동해 이번 사태가 전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력할 것을 지시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와 함께 아랍권 지도자를 포함,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국제공동체 차원에서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되지 않도록 공동보조를 취해줄 것을 당부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중동사태와 관련, 특별회견을 갖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측에 자제를 강력 촉구하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파월 장관의 이날 입장 발표는 크게 ▲아라파트 신변문제 ▲이스라엘 자위권 인정 ▲협상당사자로서의 아라파트 인정 ▲아라파트의 테러분쇄 행동 촉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대한 자제 당부로 압축될 수 있다. 파월 장관은 자위권차원의 이스라엘측 군사대응을 인정하고 팔레스타인측의 자살폭탄 공격을 강력 규탄하면서도 아라파트 수반의 신변에 `이상'이 없을 것임을 샤론총리로부터 다짐받았다고 밝혀 주목. 파월 장관은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측에 대한 어떠한 행동을 결행하더라도 아라파트 의장을 해치거나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아라파트의장은 팔레스타인 국민의 지도자"라며 협상상대자로서의 그의 역할을 재확인했다. 파월 장관과 지니 특사가 잇따라 아라파트 수반과의 접촉에 나서는 등 미국의휴전중재노력은 계속되겠지만 현재로서 사태수습을 위한 실마리가 풀리기는 어려운상황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