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중동평화 중재노력에도 불구, 이스라엘측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적"으로 규정, 사실상의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미국의 중동 중재외교가 중대한 고비에 직면했다. 미국은 29일 이스라엘군이 북부 네타냐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를 계기로 탱크와 헬리콥터 등을 동원,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시를 재점령하고 아라파트 수반이포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본부건물을 포위공격하고 나서자 이번 사태가중동전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외교력을 가동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안보회의를 주재,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쟁 해소 대책 및 긴장완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온 부시 행정부는 이스라엘측의 공격을 `자위권'차원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하면서도 만약의 경우, 아라파트 수반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중동사태가 전쟁 등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에 자제를 강력 촉구하고 있다. 파월 국무장관은 이날 국가안보회의를 마친 뒤 국무부에서 특별 회견을 갖고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측에 대한 어떠한 행동을 결행하더라도 아라파트 의장을 해치거나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아라파트 신변문제에 쐐기를 박았다. 파월 장관은 "아라파트 의장은 팔레스타인 국민의 지도자"라면서 "그의 지도력은 현재와 같은 비극적 상황으로부터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핵심이상의 것"이라고강조한 뒤 테러세력 분쇄를 위한 아라파트 의장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라말라 점령에 언급, 파월 장관은 "이스라엘측은 이들 지역의 어느 곳도 장기간 점령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며 "그들은 테러리즘과 테러분자들을 색출하고 무기를 회수하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측 군사공격을 옹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파월 장관으로 하여금 아라파트 수반과의 전화접촉에 나서도록 하는 한편 앤터니 지니 중동특사와 아랍권주재 미 외교채널 가동, 코피 아난유엔 사무총장,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의 연쇄접촉을 통한 대(對) 중동 전방위 외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최근 체니 부통령의 중동 현지 순방과 지니 특사의 중재외교를 중심으로 한 노력에도 불구, 팔레스타인측의 잇단 자살폭탄공격과 이스라엘측의 보복 악순환이 급기야 이스라엘측의 군사공격으로 이어지자 뚜렷한 해결책을내놓지 못한 채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