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교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8일 재위23년만에 처음으로 건강상의 이유로 가톨릭교회의 가장 성스런 의식 중 하나인 부활절 미사의 세족례(洗足禮)를 집전하지 못했다. 올해 81세인 교황은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를 비롯한 12사도의 발을 씻겨준 전례를 따라 미사에 참석해 교황청 국무장관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과 로제 에체가레 추기경이 상징적으로 사제 12명의 발을 씻는 모습만 착석한 채 지켜봤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파킨슨병과 오른쪽 무릎의 관절염으로 기동이 점점 어려워져 복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만 일어섰을 뿐 미사 중 줄곧 착석해 있었다. 교황은성베드로 성당에서 추기경, 사제들과 함께 성 목요일 성유축성 미사를 공동 집전했으며 미사 개시부터 지친듯이 보였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말씀의 전례' 일부를 읽고 성가를 부르긴 했으나 전체예식은 다리오 카스타리욘 오요스 추기경이 집전했다. 이날 상오 4일간의 부활절 미사에 들어간 교황은 29일 예수의 십자가 고행을 기념하는 콜로세움 성 금요일 '십자가의 길' 행진 의식을 앞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교황은 총 15개 구간을 따라 3㎏짜리 십자가 모형을 짊어지고 행진해왔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수년 전부터 건강 악화로 이 구간의 숫자를계속 줄여왔다. 교황은 작년에 마지막 구간만 십자가를 지고 행진했다. 교황의 건강 문제는 금주초 요한 바오로 2세가 역시 재위 23년만에 처음으로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종려주일 미사를 직접 집전하지 못하고 카밀로 루이니 추기경으로 하여금 대신 집전하게함으로써 다시 부상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지난 1979년 교황으로 첫 부활절을 맞은 이래 수난일아침 고해성사를 집전해 왔지만 올해는 이 같은 전통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교황청 소식통들이 말했다. 이들은 교황이 전통적으로 TV이 중계하는 가운데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하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을 굽어보는 발코니로 가는 계단을 올라갈 수도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교황청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용태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최근 주치의들은 교황의 관절이 좋지않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티칸시티 AFP=연합뉴스) h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