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지도자들은 2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폐막한 정상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제시한 중동 평화안에 최종 합의했다. 아랍권은 이스라엘이 지난 1967년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골란고원과 시리아 영토를 포함한 아랍영토에서 완전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주권 독립국가 수립을 수용할 경우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사상 최초로 공동 제안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팔레스타인 과격단체의 자살테러로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대적인 보복공격을 감행하겠다고 경고하는 가운데 폐막한 회담에서 사우디 평화안 등을 담은 `베이루트 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최종 합의안의 명칭은 `아랍평화발의(Arab Peace Initiative)'로 채택했다. 사우드 알 파이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이 평화안은 일괄적인 것으로 이스라엘이 특정부분만 떼어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이점령지를 계속 보유하면서 평화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마흐무드 하무드 레바논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아랍의 요구를 이행하면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과 전쟁상태가 종료된 것으로 간주하고 평화협정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합의한 평화안에는 유엔 결의안 제194호에 의거해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공명정대하게 해결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유엔 결의안 194호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허용하거나 보상을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평화안은 또 이스라엘이 수도를 동예루살렘, 영토를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자치지역으로 하는 독립적이고 주권을 지닌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수용하도록못박았다. 아랍 지도자들은 이 평화안을 이행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유엔,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이슬람권 등과 협력할 별도의 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아랍권은 이밖에 팔레스타인 주민과 난민 지원기금을 위한 재원으로 향후 6개월간 4억8천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아랍 지도자들은 또 9.11 테러를 포함한 모든 테러행위에 대한 반대를 선언했으나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전면 거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이날 합의된 평화안에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다시는 침공하지 않겠다는 서면 서약도 포함됐다고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이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연설이 위성중계되지 않은 것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철수한 팔레스타인 대표단도 참석했다. 앞서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왕세자는 27일 아랍연맹 정상회담 첫날 회의에서 자신이 마련한 새로운 중동 평화안의 개요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에 대해 팔레스타인 이슬람 과격단체들은 반발했다. 과격단체하마스의 레바논 지부는 아랍정상회담 결의안을 거부한다고 밝히고 사우디 평화안은팔레스타인 주민의 열망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실 관계자는 "평화안은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랍정상회담에 참석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자폭테러직후 이스라엘이 라말라에 수 백대의 탱크를 배치해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보고를 받고 이스라엘과팔레스타인 양측에 즉각적인 휴전을 호소했다. (베이루트 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