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일본 도쿄(東京) 중심가 후생노동성 청사 바로 바깥에서는 수백 개의 인체 유골 조각들을 안치하는 간략한 행사가 열렸다. 후생노동성 관리들과 일부 시민단체 회원 등 참석자들은 행사장 가운데 서있는 1m 높이의 검은색 화강암 비석 앞에 꽃을 헌사했다. 일본 정부는 이로써 유골들을 외부와 영구적으로 차단시키기 위한, 새로운 안식처를 도쿄 시내 한복판에 마련해주는 행사를 마쳤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2차대전 당시 일본 제국 군대가 자행한 인체실험을 둘러싼 또 하나의 의혹이 땅 속에 묻히는 순간이었다. 이날 봉인된 유골들은 지난 1989년,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의무학교 부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칼자욱과 총알구멍, 구멍을 뚫은 흔적 등이 남아 있어 사망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조각난 유골들은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비밀부대인 731부대가 만주지역에서 수행했던 생물학 전쟁 실험에 희생된 죄수 가운데 100명 가량의 유해인 것으로 믿고 있다. 유골 발견 이후 시민단체들은 유골 주인공들의 사망원인을 정확히 밝혀내기 위한 정밀조사를 하자고 요구해왔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거절하며 규명노력을 끊임없이 방해했다. 유골의 사망원인과 출처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유골은 도쿄시 정부에 의해 발견 지점 인근 창고에 보관돼왔다. 후생성 관리인 하라구치 마코토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이것들은 인체 유해이지 사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므로 존중의 뜻을 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10년 넘게 먼지를 쓰고 있는 유골들에 마지막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후생성은 자체 검토 끝에 유골의 출처가 의학실험에 사용된 시체이며 인체실험 관련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려 봉인을 결정했다고 마코토는 말했다. 역사학자들과 전직 731부대원들은 2차대전 당시 731부대가 만주에서 한국과 중국인 등의 죄수들에게 장티푸스와 콜레라를 비롯한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주입하는 등 생물학전 실험을 했으며 희생자가 3천명에 이른다고 말하고 있다. 유골이 발견된 군의학교는 전쟁 당시 731부대를 관할했으며 유골들은 정밀분석을 위해 일본 본토로 이송된 것으로 연구자들은 믿고 있다. 일본 정부는 731부대의 존재 사실은 인정하지만 인체실험 사실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