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평화중재안을 협의하기 위한 아랍 정상회담이 이틀간의 일정으로 27일 개막됐지만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회의 진행방식에 대한 항의 표시로 퇴장하는 등 첫날부터 진통을 겪었다. 또 아랍 연맹 22개국 회원국 가운데 아랍권의 핵심 중재자인 호스니 무바라크이집트 대통령을 비롯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등 12개국 정상이 대거 불참, 회담 전망을 어둡게 했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왕세자는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개최된 정상회담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점령한 아랍영토에서 전면 철수하는 대신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평화중재안을 유엔(UN) 안보리에 제출하자"고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회원국 정상 가운데 절반 정도가 불참한데다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위성 연설을 허용하지 않은 것에격분한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회담에서 철수, 정상회담은 첫날 부터 파행 운영됐다. 레바논측은 이와 관련, 아라파트 수반이 생방송으로 연설을 할 경우 이스라엘이개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성 연설을 허용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라피그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이날 밤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28일 회담에는 참석할 것"이라며 "아라파트 수반이 알-자지라 TV를 통해 녹화한 연설도 정상회담에서상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회담에 다시 참가하더라도 사우디 평화안에 대한아랍권의 이견차가 심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단일 평화안이 도출될 수 있을 지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라후드 대통령은 아랍 정상들에게 "이스라엘의 아랍 영토 점령에 대한 저항을포기하라는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아랍권에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이스라엘이 아랍 영토에서 완전 철수하고 공정하고 포괄적인 평화가 이루어질때까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 사우디 평화안에 이견을 표출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도 "아랍 점령지를 반환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밝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한 고위 관계자도 아랍권 국가들이 사우디 평화중재안에 동참할 것이라는 희망이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베이루트 AFP.A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