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22개 회원국 지도자들은 2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사우디 아라비아가 제안한 새 중동평화안을 협의했으나 12개국 정상들이 불참하는 등 극심한 분열상이 노출돼 회담 전망을 어둡게했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는 이날 정상회담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점령 아랍영토에서 전면 철수하고, 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및 난민귀환을 승인하는 대신 이스라엘과의 정상적 관계와 안보를 구축하는내용의 아랍권 단일계획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하자"고 제안했다. 압둘라 왕세자는 만일 이스라엘이 아랍권에 불공정한 평화를 강요할 수 있다고생각한다면 이는 커다란 실수라며 지난 50여년간의 폭력 사용은 더 큰 폭력과 파괴만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아랍정상들은 압둘라 왕세자의 이같은 제안이 있은뒤 사우디 평화안을 토대로아랍권 단일안을 작성할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이밝혔다. 그러나 압둘라 왕세자의 중대한 중동평화안 제안에도 불구하고 중동분쟁의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 주요 지도자들이 이번 회담에 대거 불참, 회담 의미가 크게 퇴색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위성연결을 통해 개막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레바논측이 이를 저지하자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회담장에서 철수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사우디측도 레바논의 사과를 요구, 회담이 한 때 중단됐다가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불참한 채 회담이 속개됐다. 아랍권의 핵심 중재자로 꼽히는 무바라크 대통령은 국내 사정을 이유로, 압둘라2세 국왕은 안전상의 이유로 베이루트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총리급대표를 대신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 두 핵심 지도자의 정상회담 불참은 아라파트 수반이이번 회담에 참석하지 못하고 사우디가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새 중동평화안을 제출하는데 대한 불만의 표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지도자 이외에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도 이번 회담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모두 12개국 정상이 불참했다. 아랍 주요 지도자들이 이번 회담에 대거 불참함에 따라 미국의 지지를 받는사우디 평화안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또 온건파 중재자로 꼽히는 무바라크 대통령과 압둘라 국왕 등이 이번 회담에 불참함에 따라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 및 팔레스타인 난민문제 해결 등 핵심적 제안내용이 보다 강경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사우디 평화안 이외에 이라크 문제와 팔레스타인에대한 아랍권의 지원방안도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는 아랍국가 지도자들 이외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하비에르솔라나 유럽연합 외교정책대표, 유럽연합 의장국인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총리 등도 참석했다. 코피 아난 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에게 "평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을 촉구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