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부 산악지방에서 25일 저녁 강력한 지진이 엄습, 30여개 마을이 완파돼 최소한 1천800여명이 숨지는 등 6천여명의 사상자와 2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유엔과 아프간 과도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25일 저녁 7시30분(현지시간)께 아프간 북부 바글란주 나린지방 일대를 강타한 이번 지진의 진앙은 카불 북쪽 120km지점의 힌두쿠시 산맥이었으며, 진도는 리히터규모 6.0으로 측정됐다. 피해상황 집계가 늦어지고 있어 아프간 과도정부는 한때 사망자수가 4천8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으나 과도정부와 유엔측은 미발굴 매몰자를 포함, 최소한 1천800여명이 숨지고 4천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그러나 진도 4.0-5.2의 여진이 26일까지도 이어짐에 따라 사상자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유엔과 과도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제네바의 유엔 합동 인도지원조정국(OCHA)은 아프간 관계자들의 피해상황 통보 내역을 인용, 지금까지 1천200여구의 시신이 발굴됐으며 가옥 1천500여채가 완파되고 이재민 2만여명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카르자이 수반의 대변인은 1천8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나린지방 피해현장은 온통 폐허로 변했으며 이재민들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망갈 후사인 수자원.천연자원 장관은 파키스탄 AIP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바글란주 동부지역, 특히 나린 지구가 집중적 피해를 당했다"면서 가난한 농촌인 이 지역에서 가옥 대부분이 진흙벽돌로 지어진 탓에 피해규모가 컸다고 설명하고 현재까지 집계된 1천800명 외에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과도정부 국방부의 미라 잔 대변인은 "나린 지역에서만 이미 600구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가옥 4천채가 피해를 입어 1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나린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가옥과 상점이 파괴됐으며 살아남은 주민 대부분은 구릉지대로대피했다. 잔 대변인은 26일 아침까지도 이 지역 일대에서 2시간 간격으로 여진이 계속돼 아직 구호작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텐트와 의료지원팀, 의약품, 식량,의복 등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과도정부로서는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나린지역에는 프랑스 구호단체가 천막 500동과 담요 1천장을 긴급지원했으며 유엔도 구조 및 구호활동에 나섰으나 피해지역이 험준한 산악에 위치한데다 이번 지진으로 육상 접근로마저 거의 차단돼 구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및 국제 구호기구들은 카불에 주둔중인 영국군 지휘 하의 국제안보지원군(ISAF)과 긴급회의를 갖고 구조 및 구호물자 공급 확대 방안 등을 논의중이며 유엔식량계획(WFP)과 러시아도 식량과 의약품 공수를 준비중이다. 카르자이 수반은 27일로 예정된 터키 방문 일정을 연기, 곧 지진피해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힌두쿠시 산맥에서는 지난 3일에도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998년 2월과 5월에도 아프간 북동부 일대에 강진이 발생해 약 9천명이 사망했다. (카불 AFP.AP=연합뉴스) 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