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22개 회원국 지도자들은 2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영토-평화 교환 원칙에 따른 아랍권과 이스라엘간의 관계정상화 방안을 담은 사우디 평화안을 중점 협의한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가 공식 제의할 예정인 새 중동평화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아랍영토에서 전면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승인하면 아랍권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이다. 새 평화안은 팔레스타인 난민문제의 공정한 해결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준비회담을 열어 새 평화안에 대한 조율작업을 벌였으나 최종적인 평화안의 내용은 아랍 정상들이 회담에서 직접 논의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이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높은 국제적 관심에도 불구,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회담 참석이 무산되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등상당수 국가 정상들이 불참을 발표, 회담 분위기가 냉각됐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스라엘이 휴전선언과 테러행위 단속, 테러행위 발생시 귀환불허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이번 회담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아랍권의 핵심 중재자로 평가받는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국내 사정을 이유로 이번 회담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사우디 평화안 이외에 이라크 문제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아랍권의 지원방안도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정상회담에서 채택될 예정인 결의안 초안은 이라크가 미국이 벌이는 대테러전쟁의 다음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 아랍국가들이 "이라크에 대한 무력의 사용이나 무력사용 위협을 거부한다"고 명시했다. 결의안 초안은 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적어도 향후 6개월 간 매달 5천500만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번 회담에는 아랍국가 지도자들 이외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하비에르솔라나 유럽연합 외교안보대표, 유럽연합 의장국인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총리 등도 참석한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