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수교 100주년을 맞는 멕시코와쿠바간 혈맹관계가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식소환은 아니지만 멕시코주재 쿠바대사가 지난 주말 `업무협의차' 본국으로돌아갔고, 쿠바주재 멕시코대사도 역시 같은 형식을 내세워 곧 귀국할 정도로 양국관계가 중대국면에 접어들었다. 발단은 지난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유엔 개발재원 국제회의. 설왕설래속에 회의 참석을 결정했던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 21일 정상급회의에서 국제금융통화체제를 `거대한 카지노'에 비유하며 세계화를 빙자한 선진국의 개도국 착취를 비난하는 기조연설을 마친 뒤 돌연 귀국했다. 카스트로는 연설직후 품안에서 종이쪽지를 꺼내 읽으며 "나의 회의 참석으로 발생한 돌발사태로 귀국할 수 밖에 없다"며 "쿠바 회의대표단 단장직을 리카르도 알라르콘 국회의장에게 위임한다"는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떠났다. 카스트로가 떠난 직후 알라르콘 의장은 두 번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 카스트로를 쫓아냈다"며 "쿠바와 혈명관계인 멕시코가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부시 미국대통령이 회의장에서 카스트로와의 조우를 불편해 할 것을우려한 미정부측이 멕시코에 카스트로의 조기귀국을 종용했다는 사실은 멕시코정부최고위관리들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며 "결과적으로 멕시코는 미국의 충실한 심복역할을 했다"고 비난했다. 비난이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다. 카스트로가 귀국한 직후 쿠바의 관영언론은 `멕시코의 배신' 운운하며 "향후 양국관계 악화 등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멕시코측에있다"며 멕시코 정부의 태도를 일제히 비난했다. 관영 `후벤뚜드 레벨데(혁명청년)'는 사설을 통해 "카스트로의 돌연한 조기귀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멕시코 정부가 쫓아냈기 때문"이라며 "폭스정부는 멕시코국민과 역사에 씻을 수 없는 배신행위를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신문은 또 "미국은 몬테레이 정상회담에서 `모종의 비용'을 지불하기로 멕시코와 비밀계약을 맺었으며, 그 희생양은 카스트로가 됐다"고 지적하고 "그토록 당당하던 독립국가 멕시코가 언제부터 미국의 사탕발림에 놀아나게 됐는지 한심스럽다"고개탄했다. 후벤뚜드 레벨데의 사설은 카스트로가 매일 정독하고 있으며, 그 자신도 직접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쿠바당국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태에 대한 카스트로의 심경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고 멕시코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알라르콘 의장은 귀국후에도 이번 사건을 `개탄스런 일'로 평가하고 있고,펠리페 페레스 로케 외무장관도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평가, 향후 양국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