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가제74회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 최우수 작품.감독.여우조연.각색 등 4개 부문의 상을 석권했다. 24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가 코닥극장에서 흑인 여배우 겸 코미디언 우피 골드버그의 사회로 진행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녀주연상은 각각 덴젤 워싱턴(48)과 핼리 베리(33)가 차지, 오스카 사상 최초로 흑인 배우가 남녀주연상을 휩쓰는 기록을 세웠다. 8개부문 후보에 오른 `뷰티풀 마인드'는 이날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 `침실에서' `고스포드 파크' `물랑루즈' 등을 물리치고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줬다. 이 영화에서 정신분열증을 극복하고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수학천재 존 내시(73)의 역을 맡아 열연한 러셀 크로(37)는 작년 `글래디에이터'에 이어 2연패를 노렸으나 무산됐다. 그러나 최우수감독상은 `뷰티풀 마인드'의 론 하워드 감독에게 돌아갔다. 하워드 감독은 작년에 `글래디에이터'가 최우수작품 등 5개상을 휩쓸었지만 감독상을 국제마약거래를 다룬 `트래픽'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에게 헌납했었다. 또 병든 천재 남편(크로)을 지극한 사랑으로 돌보는 아내역을 한 제니퍼 코넬리가 오스카에 첫 도전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뷰티풀 마인드'는 경쟁 영화사들과 일부 언론이 내시의 반유대주의 발언 및 동성애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세에 몰리기도 했으나 내시 부부가 TV 출연 등을 통해 시비를 일축하고 제작사인 드림웍스가 적극 대처함으로써 오스카를 석권할 수 있었다. 드림웍스는 `아메리칸 뷰티' `글레디에이터'에 이어 `뷰티풀 마인드'까지 최우수작품상을 3연패하는 기록을 남겼다. 남우주연상은 `트레이닝 데이'에서 부패한 고참형사 역을 열연한 워싱턴이 크로를 제치고 수상, 1963년 시드니 포이티어(`들백합')이후 처음으로 흑인 남우주연상수상자가 됐다. 워싱턴은 다섯번 도전 끝에 주연상의 꿈을 이뤘다. 여우주연상도 `몬스터스 볼'(괴물의 잔치)에서 남편의 사행집행관과 절망적 사랑을 나눈 미망인 역의 흑인 핼리 베리가 차지, 오스카 사상 첫번째 흑인 여우주연상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흑인 배우 3명(워싱턴과 베리, `알리'의 윌 스미스)이 한꺼번에 남녀주연상 후보가 되기는 29년만에 처음이며 남녀주연상을 흑인 배우가 차지하기는 초유의 일이다. 지난 74년간 흑인배우 26명이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올랐으나 이번을 포함해 8명만이 상을 탔을 정도로 오스카 무대는 백인 배우 위주였다. 남우조연상은 `아이리스'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소설가 아내를 극진히 돌보는 남편역을 한 짐 브로드벤트가 받았다.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모험극 `반지의 제왕'은 음악.촬영.분장.시각효과 4개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으며 뮤지컬로서는 22년만에 처음으로 최우수작품상 후보에오른 `물랑루즈'는 8개 후보 부문중 미술감독.의상 등 2개상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처음 신설된 장편만화영화상은 미국에서만 2억7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드림웍스의 `슈렉'에 돌아갔으며 외국어영화상은 전쟁의 광기와 어리석음을 풍자한 보스니아 반전영화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가 탔다. 전쟁물 `블랙 호크 다운'은 음향.편집상을 받았으며 만화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제가 `당신이 아니었다면'(If I Didn`t Have You)을 작곡한 랜디 뉴먼은 16번오스카 도전 끝에 주제가상을 받아냈다. 반면 `진주만'의 케빈 오코넬은 음향상 14전15기를 노렸으나 좌절했다. 포이티어와 로버트 레드포드는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원로 감독 겸 배우인 우디앨런과 배우 톰 크루즈가 게스트로 출연, 작년 9.11 뉴욕 테러참사에 관해 언급하고케빈 스페이시가 희생자 추모 묵념을 제의, 장내를 숙연케 했다. 한편 9.11 테러 이후 처음 열린 코닥극장 주변에는 차량통행이 전면통제되고 곳곳에 무장 정사복 경관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할리우드 중심가에서 오스카 시상식이 열리기는 1960년 팬터지스 시어터에서 버트 랭카스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처음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